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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에너지 부분 휴전 합의 우크라에는 전력시설과 원전 소유 제안 구체적인 사안에 이견, 협상 난항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과 원자력 발전소 등의 미국 소유 방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개발 이권을 요구했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전력 시설 및 원전 운영권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우크라 원전·전력의 美 소유 제안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은 어제(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바탕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청과 요구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로 진행됐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에 제공한 설명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과 주요 논의 사항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자력 발전소 문제도 논의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유한 전력 및 유틸리티 전문성이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에너지 인프라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원전 소유 주장은 기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했던 광물 협정의 내용과 범위가 더 확장된 것으로 실제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경제적 광물 협정에서 벗어나, 이제 평화의 자리로 이동했다"고 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정과 관련해서는 양측 실무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에너지 분야 부분 휴전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과 통화 결과 합의된 미국과 러시아의 실무협상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 같은 장소에서 양측을 중재하면서 휴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 협상팀과 국가안보 전문가 팀이 이번주 후반 사우디로 가서 세부사항을 계속 검토하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등 부분 휴전 합의
앞서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을 위한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두 정상은 전쟁이 지속적인 평화로 종결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평화로 가는 첫걸음으로 에너지 및 인프라 휴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 이행을 위한 기술적 협상, 완전한 휴전 및 영구적 평화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적 휴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날 합의안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전면적 휴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제한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트럼프가 당선 이후 추진해 온 장기적인 평화 계획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완전한 전투 종료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는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무조건적인 휴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백악관은 이날 조치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단계적 휴전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발표한 성명에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지원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는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이날 양국의 성명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한편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평화 협정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논의했으며, 수천 명의 군인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과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두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도 포함됐다”고 했다.
러, 우크라 군사 지원 중단 요구에 유럽 반발
트럼트 대통령이 양국 정상과의 통화로 부분 휴전을 만들어냈지만 협상 과정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젤렌스키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 중단 및 해상 전투 중단을 골자로 한 휴전안을 제안했고, 미국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협상에서 이를 ‘30일간의 전면 휴전’으로 바꿔 다시 제안해 미·우크라이나 양국이 합의를 이뤘다. 러시아는 이 중 ‘30일 전면 휴전’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 중단만 미국과 합의했다. 나머지는 추후 협상 대상으로 미뤄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 종식의 핵심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 군사 지원 및 정보 제공의 완전 중단'을 내세운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천명한 유럽 국가들은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사항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은 타협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그의 목표는 여전히 ‘독립국 우크라이나’를 끝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옛 냉전 시대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러 간 제한적 휴전 합의를 반기면서도 푸틴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요구엔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한적 휴전은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동부 공군 기지도 방문해 “프랑스 공군력 강화를 위해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주문을 늘릴 것”이라고 했고 영국 총리실 역시 “우리는 러시아가 불법적 침공을 다시는 저지르지 못하는 데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