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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원자력 협력 ‘맞손’, 차기 권력 구도까지 겨냥한 트럼프 행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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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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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안정성 확보 절실한 영국
에너지 정책 주도권 재편 가능성
美, 영국 강경 우파와 연계 모색

미국과 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술·원자력 협정을 추진한다. 이는 러시아산 가스 차단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 영국 산업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미국에도 첨단 기술 및 원전 수출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에너지 이슈로 급부상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도 교류를 강화하며 차기 권력 지형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방위·안보·에너지 ‘패키지 딜’

1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오는 17일부터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서 양국의 기술 및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총리의 정상 회담이 잡혀 있다”고 밝히며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파트너십과 주요 민간 원자력 협정에 나란히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6월 원칙 합의가 끝난 관세 협정의 연장선으로, 방위·안보·에너지 관계 전반을 끌어올리는 데 그 목표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협정 축에서는 AI·반도체·통신·양자컴퓨팅이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양국의 기술 부문 연계를 강화해 기업과 소비자에 직접적인 기회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페이팔·뱅크오브아메리카 등으로부터 12억5,000만 파운드(약 16억9,000만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코어위브 역시 영국 투자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원자력 협정은 에너지 비용 급등에 흔들린 영국의 전력 시스템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유럽 전반에 불어닥친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 속에서 영국이 전력망 제약 및 균형비용 증가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기저부하 전원으로서의 민간 원전이 정책 포트폴리오에 복귀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영국의 에너지 규제 기관 오프젬(Ofgem)이 가정용 전기 공급가를 2%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해결책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양국의 협정이 가져올 정치·경제적 파급력 또한 상당하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기조인 ‘글로벌 브리튼’을 현실화할 실물 투자와 전략기술 협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미국은 대서양 동맹의 기술 축을 강화해 대중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는 명분을 챙긴다. 여기에 관세 이슈까지 진전을 보이면, 제조업·에너지 집약 산업의 단가 구조 완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는 양국의 기술(플랫폼·인프라 투자)과 원자력(전력 안보), 통상(관세·무역)을 일체화한 ‘복합 동맹 패키지’인 셈이다.

넷제로 정책 실패 인정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최근 공식 문서를 통해 “전기요금 상승의 핵심 요인이 화석연료 가격이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저탄소 기술 도입·운영 비용 때문”이라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는 공공회계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저장 인프라, 송배전망 확충, 열펌프 보급 등 기반시설 비용이 소비자 전기요금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연평균 1,067파운드(약 1,447달러·201만원)로 가스요금 814파운드(약 1,100달러·153만원)보다 높으며, 산업용 전력요금은 미국과 비교해 최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실은 “넷제로 정책이 에너지 비용을 낮춘다”던 기존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영국의 넷제로 정책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 달성을 법적 의무화한 제도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건물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감축과 기술 혁신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두고 영국산업연맹(CBI)과 석유화학기업 INEOS의 짐 랫클리프 회장은 “좌파 정부의 반(反)화석연료 정서가 영국 산업을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고 꼬집으며 “기업에 전가된 넷제로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이터 헬름 옥스퍼드대 교수 역시 “(정부가) 재생에너지는 날씨 의존성이 크고 예비 전력이 필요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재생에너지의 장기적 효과를 강조하는 반론 또한 제기되지만, 산업계와 학계의 비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유럽 전반에도 영국과 유사한 부작용이 감지된다. 독일은 2021년 기후·에너지·산업을 통합한 경제기후보호부를 출범시켰으나, 이후 전력 도매가격 폭등과 제조업 경쟁력 붕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결국 독일은 2023년 기후 부문을 다시 환경부로 이관하며 에너지·산업 정책을 재정비했다. 이처럼 무리한 전환 정책이 에너지 비용 폭등과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유럽 내에서는 이번 미·영 기술·원자력 협력이 ‘구세주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을 방문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나이절 패라지 X

강경 우파 네트워크 강화 움직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원자력 협력을 통해 영국 정치의 다음 국면까지 염두에 둔 이중 트랙을 병행하는 모양새다.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 거론 중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의 밀착이 이를 방증한다. 패라지 대표는 이달 초 워싱턴 미 하원 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표현의 자유와 캔슬 컬처’를 비판했고, 곧바로 보수 성향 매체 GB뉴스의 워싱턴 지국 개국 행사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해 트럼프-패라지 간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패라지의 노선은 강경 우파적이다. 그는 영국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며 향후 5년간 최대 60만 명의 불법 난민 강제 송환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유럽인권협약(ECHR) 탈퇴, 1951년 유엔난민협약 적용 유예를 공언했다. 유럽 내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추악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내놓기도 했지만, 보수 언론계에선 “중산층의 바람을 반영했다”는 우호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난민 이슈가 영국 정국을 뒤흔드는 양상은 미국 보수 진영의 관심사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영국 현 정권과 원전·기술 협력을 서두르면서 동시에 패라지 같은 차기 주자와도 교류를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 완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를 내세운 우파 정치인의 부상이 자국 기업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노동당 정부와의 협정으로 에너지 안정성과 투자 기반을 다지고, 나아가 차기 주자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함으로써 정권 교체 이후에도 기술·원자력 수출 가능성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양국의 이번 협력이 영국 권력 지형 변화에 대비한 미국의 중장기적 포석으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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