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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의 ‘소프트 파워’, ‘이념 대신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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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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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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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자학원’ 접고 ‘관광 진흥’으로
무비자 입국으로 ‘진입 장벽 낮춰’
SNS 통해 ‘애쓰지 않고’ 영향력 확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소프트 파워를 각인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이 본질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다. 한때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의 글로벌 확산으로 정의되던 전략은 이제 관광, 문화유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19년에만 해도 미국에 100개를 넘던 공자학원이 5개 아래로 줄었지만, 작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인 2,7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중국을 찾는 성과를 낳았다. 동시에 중국 내 박물관들은 모두 합쳐 14억 9천만 명 방문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중국 ‘소프트 파워 전략’ 변경

교실과 강의를 수출하는 대신 경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갖가지 절경과 미식 여행, 세계 수준의 박물관, 지역 축제들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입증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재작년과 작년 무비자 정책과 환승 체류(transit stay,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 내 호텔에 무비자로 체류) 기한 연장이 시행되면서 입국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 무비자 입국이 전체 외국인 입국의 3/4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세계가 중국에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자학원의 몰락은 관리 구조와 학문의 자유 침해에 대한 민주 진영의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관광과 문화적 외교로 방향을 돌렸다. 방문객들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중국을 경험한 후 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교실 수업보다 시안(Xi’an)의 야시장과 하얼빈의 얼음 축제가 외국인을 끌어들이기에 더 쉬웠음은 물론이다.

무비자 정책 및 관광 진흥 ‘성공적’

여기서 순차적인 정책 도입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은 비자 정책을 바꾼 후 ‘니하오! 중국’(Nihao! China) 캠페인을 도입해 보조금과 친숙화 여행(familiarization trip, 여행사 및 미디어에 제공하는 무료 및 할인 여행)으로 관심도를 높였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 방문 목적을 망라해 중국을 방문한 내외국인은 1억 3,19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38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무비자 입국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중국 해외 관광객 수 추이 (2023~2024년)
주: 관광객 수(단위: 백만 명, 좌측), 총관광객(좌측 막대그래프), 무비자 입국(우측 막대그래프) / 무비자 입국 점유율(%)(우측)

관광이 국경 내 진입을 유도한다면 디지털 플랫폼은 영향력을 확산한다. 올해 중국 최고의 브랜드로 꼽힌 틱톡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가 중국의 문화 상품을 수출하는 최고의 홍보 수단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중국의 먹자골목과 축제, 절경을 보여주는 바이럴 영상(viral clips,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는 짧은 동영상 및 콘텐츠)은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외교의 영역을 허물었다. 여행객들이 트립닷컴(Trip.com)을 통해 예약하고 온라인상의 경험을 따라 하는 동안, 문화는 상업이 되고 상업은 영향력으로 변했다.

‘이념’ 아닌 ‘경험’ 제공

중국의 전략이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내 인프라다. 90% 넘게 무료입장이 가능한 7,000개 이상의 박물관은 중국이 내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문화 기지가 됐다. 작년에 과학 박물관 입장객 수만 1억 명이 넘는다. 하얼빈의 빙설 경제(snow economy, 겨울 스포츠, 관광, 문화, 장비 제조 및 관련 서비스를 포괄하는 산업)는 각국의 도시들이 기후와 지리적 조건을 어떻게 문화 자산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중국 박물관 입장객 수 추이(단위: 십억 명, 2023~2024년)

물론 경험이 중심이 된 소프트 파워는 중국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한국의 케이팝은 국내에서 잘 만들어진 문화 상품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중국도 이를 따라 도시 브랜딩과 음식, 박물관, 문화유산 답사 등에 집중해 이념을 강요하지 않고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야기를 확산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머지는 ‘방문객들이 알아서’

이는 교육 당국도 눈여겨볼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공자학원식의 교실을 흉내 내지 말고 경험을 앞세운 교과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전(Shenzhen)의 디자인 스튜디오나 난징의 박물관 중국어 과정, 청리(Chongli, 중국 허베이성의 자치구)의 올림픽 개최 후 환경 영향 조사 같은 것들이 있다. 단기에 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서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경쟁력 있고 매력적일 것이다.

중국 정부도 문화 기관들과 손잡고 이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 큐레이션 자격증은 취득 후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전(propaganda)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장학금도 디지털 유산 보존(digital heritage)이나 영화 제작 등의 분야에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에 자신의 강의를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거리를 걸어 보고, 음식을 맛보고, 축제를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메시지를 내보내는 대신 청중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제 중국 밖의 정책당국과 교육계도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념이 아닌 경험이 소프트 파워의 중심을 이룬다면 어떻게 중국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 경험할 것인지와 귀국 후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가 고민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Push to Pull: China’s Soft Power Now Runs on Experiences, Not Institution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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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