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틱톡 매각 합의했지만 무역 협상은 여전히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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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마무리 틱톡 매각·트럼프 방중 등 중점 논의 펜타닐·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도 현안

미국과 중국이 최근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과 관련해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산 원유 수입, 펜타닐 유입,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등 민감한 현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무역협상 잘 진행되고 있어"
16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한 중국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해 "회담이 거듭될수록 생산적으로 되고 있다"며 "중국도 이제 무역 합의가 가능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대규모 무역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조치를 통해 전 세계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최대 145%의 관세를 예고했다. 이후 양국 협상이 재개되면서 한 차례 관세를 유예했고, 당초 지난달 12일 종료 예정이던 유예 조치는 다시 11월 10일까지 연장됐다. 지난 14~15일 진행된 미·중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도입 이후 4번째로 진행된 고위급 무역 협상으로 관세 현안과 틱톡 매각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틱톡 매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미국 젊은이들이 간절히 원하던 특정 기업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며 양국 관계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서비스를 중단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자 중국도 합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며 틱톡 매각과 관련해 양국이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틱톡 매각 시엔 美 중심 이사회 구성
틱톡 매각 문제는 애초부터 협상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미 의회는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틱톡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를 겨냥한 것으로, 이들이 보유한 앱의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매각 시한은 오는 17일이었으나,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2월 16일까지 추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틱톡 매각과 관련해 양국 간 최종 합의가 임박한 만큼 매각 시한 연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가 성사될 경우 미국 투자자의 지분 비중이 80%로 확대되고, 중국 투자자가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미국 법인의 이사회는 미 정부가 임명한 인사 1명을 포함해 미국인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오라클이 텍사스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할 예정이다.
여러 사안 얽혀 일괄 타결 어려울 듯
틱톡 매각 문제는 실마리를 찾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난제 중 하나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공식 서한을 보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중국을 비롯한 수입국에 50~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 원유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 사안에서 양보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국에 펜타닐 불법 유입 차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펜타닐 전구체를 멕시코 등지로 공급해 미국 내 마약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내 수요가 근본 원인”이라며 책임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지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등 민감한 현안이 얽히면서 이번 협상도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협상 진전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양측의 계산법 차이’를 꼽는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제조업·농업 기반의 지지층을 의식하면 관세 완화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확대가 절실하다. 반면 중국은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서로 다른 성격의 사안이 얽혀 있어 일괄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은 시간을 끌면서 미국 내부의 정치적 압박을 활용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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