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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훈련 가장해 기습 침공할 수도 中 매체 "안 싸우고도 대만 붕괴 가능"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미국 고위당국자 입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특히 중국이 훈련을 가장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가운데, 중국 군사 매체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대만 붕괴 시나리오까지 제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 대만 침공 위한 군사역량 실전 배치 완료
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를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며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침공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제 작전을 연습하고 있다”며 “미국은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대만 주변 해상과 공역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해 왔으며 미 국방부는 이를 ‘봉쇄 혹은 침공을 위한 리허설’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 해군과 공군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서 실전 대비 순찰 훈련을 진행했다고 중국 군이 발표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또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 등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 지역에서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국제법상 권리가 없는 섬을 불법 점거하고 군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은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 경고 신호”라고 주장했다.
中 군사매체, 구체적 침공 시나리오 내놔
중국 전문매체는 실제 침공 시나리오까지 구체적으로 내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군사전문잡지 함선지식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최적의 타이밍을 제시했다. '태풍이 오기 직전 여름철 평일 오후'라는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에너지 관련 목표물 30여 곳만 공격해도 교통·통신·의료 등 인프라 마비로 대만이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4월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이 타격 목표로 설정돼 있던 것이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공군과 미사일 부대를 평시에서 전시 작전체제로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도록 공격 능력도 높여왔다. 여기에 중국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 12척가량이 대만 주변에 상시 배치된 점도 이런 침공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대만을 포위하기 위해 중국이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연습’이 아니라 ‘리허설’이라고 말해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2027년 대만 침공준비 완료를 목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지 않은 채, 내정이라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인민해방군은 전투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항상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원전 폐쇄로 에너지 취약성 심화
중국이 제시한 침공 시나리오의 특징은 분명하다. 전면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하는 것뿐 아니라, 전력과 통신을 마비시켜 사회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대만이 이미 그런 조건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대만 정부는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원자로를 폐쇄하고 '핵 없는 조국'을 향한 여정의 이정표를 선언했는데, 문제는 그 상징적 조치가 가져온 현실적 취약성이다.
현재 대만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73%에 이르고, 전력의 82%가 가스와 석탄에서 나온다. 가스 매장량은 겨우 10일분, 석탄은 30일분에 불과하다.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 제거되면 해상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전 폐쇄 이후 대만의 정전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대만의 예비 전력 여유분은 지난달 8%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이 오기도 전에 벌어진 일로, 안전 기준인 15%에 크게 못 미치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 속 중국은 최근 실시한 '해협천둥(Strait Thunder) 2025A' 군사훈련에서 대만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해상 봉쇄 작전과 공격 시나리오를 재연했다. 대만이 이러한 에너지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경우, 지속적 압박 캠페인이 언제든지 공식 군사 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간 대만의 국방 전략은 미국 등 우방국 도움이 도착할 때까지 방어선을 사수한다는 신념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주요 전쟁 게임에서 시간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대만이 적어도 한 달, 최대 90일 동안은 버텨야 동맹국의 증원군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전 피해를 입은 대만에 인프라가 고장 나면 우방국의 작전이 크게 복잡해져 비용이 증가하고 선택의 폭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전력망을 무너뜨리는 것이 침공을 감행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