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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거미줄 작전’ 이틀 만에 또 기습공격 “휴전협상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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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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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휴전 협상 다음 날 크림대교 폭파
전쟁 초기에도 두 차례 대교 공습
이틀 전엔 전략폭격기 대규모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크림대교 수중 폭파 장면/사진=SBU

우크라이나가 수중 폭파 작전을 통해 러시아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를 타격했다.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러시아 공군 기지 여러 곳을 동시 타격한 지 이틀 만에 또 한 번 러시아의 허점을 찌르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러시아와의 2차 휴전 협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쟁을 고집한다면 러시아 또한 위험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 크림대교 폭파 뒤 대대적 홍보

3일(이하 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SBU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새벽 4시 44분쯤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하나에 TNT 1,100㎏급 폭발물을 매설해 폭파하는 특수 작전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SBU는 “폭발은 다리 지지대의 수중 기둥을 해저 수준에서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현재 크림대교는 치명적인 손상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수개월에 걸쳐 작전을 준비했으며 바실 말류크(Vasyl Malyuk) SBU 국장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가 19㎞에 달하는 크림대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도해 2018년 개통한 러시아 주요 시설이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기 위해 수조원을 들여 만든 것으로, 러시아에 있어 전술적·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또한 크림반도는 ‘푸틴의 자존심’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 실질적·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대교를 공격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7월에도 크림대교를 공습했으나 다리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공격이 러시아군에 실질적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병합했던 옛 영토까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일종의 '위력 시위'로 평가된다. 크림대교는 3일 일시 폐쇄됐다가 현재는 운행 재개됐다.

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바실 말류크 우크라이나 보안국장이 러시아에 대한 드론 기습공격 이후 회동하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러 영토 공격 확대, 휴전 위한 압박?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압박하는 게 이번 작전의 진짜 목표란 분석이 팽배하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2차 휴전 협상을 벌였으나, 포로·전사자 교환 외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휴전 조건 등에서 러시아와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정책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M 액턴은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 군사 시설 타격은) '진지하게 휴전 협상에 임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러시아를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부쩍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전략폭격기 타격을 목표로 최전선으로부터 4,3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벨라야 기지 등 4곳의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했다. 일명 ‘스파이더웹(거미집)’ 공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했고 피해 금액은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라고 주장했다.

드론 운용 방식은 이번 작전의 최대 미스터리다. 1인칭 시점(FPV) 드론 117대를 원격 조종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우크라이나는 밝혔으나, FPV 드론은 통상 20㎞ 정도가 운용 거리의 한계다. 이와 관련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아니라 러시아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조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무엘 벤데트 신미국안보센터 수석연구원은 “드론이 상공에 뜨는 것까지는 미리 프로그램해 놓고, 그 뒤부터는 러시아 이동통신망으로 조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게릴라 공격 방식뿐 아니라 러시아의 방심도 작전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CNN은 “러시아 폭격기들이 비행장에 그냥 서 있었고, 심지어 구글 지도 등 공개 위성 이미지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러시아가 국경 너머가 아닌 목표물 바로 옆에서 드론을 발사해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우크라 압박으로 선회 가능성

이런 가운데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최근 공격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미지 및 러시아 연방의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려있다는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강하게 각인된 상황에 역전 드라마를 쓴 격이라 전쟁 양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에는 카드가 없다"고 소리친 지 약 3개월 만에 강력한 반격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면전에서 "평화를 위해 항복하라"는 등 자존심을 긁는 말들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동석한 JD 밴스 부통령까지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르고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외교에서 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및 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에 한동안 주력해 왔으나, 이번 공습을 계기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데 쓰도록 제공하려던 지상 기반 로켓용 특수 퓨즈를 중동의 미 공군 부대로 할당하고 있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획득한 군사 장비를 중동 내 미군을 위한 용도로 전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미군이 3월 시작한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물자 공급 필요 등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 약화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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