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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건수 22만 건, 역대 최고 폭인 14.8% 증가 초혼 연령 男 33.9세·女 31.6세, 30대 초 결혼↑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국제결혼도 증가

지난해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3만 건 가까이 증가하며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1990년대생 에코붐 세대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결혼 지연의 기저효과, 정부의 결혼 장려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제결혼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간 결혼의 증가, 일본 등 일부 국가와의 문화·경제적 교류 확대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인구구조 변화 속에 30대 초반 男 결혼 증가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신고 기준)는 22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2만9,000건(14.8%) 증가했다. 증가 건수로는 1996년 3만6,000건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고치다. 혼인 건수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19만 건대를 기록하다 2023년 20만 건대를 회복하며 12년 만에 반등에 성공한 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혼인 건수가 반등한 것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로 30대 초반 인구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혼이 지연되고 감소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정부나 지자체의 결혼 장려 정책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긍정 답변은 2022년 50.0%에서 2024년 52.5%로 2.5%포인트 증가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9세로 전년 대비 0.1세 하락했고, 여자 31.6세로 0.1세 상승했다. 그동안 초혼 연령은 남녀 모두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해 여성의 초혼 연령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남자 초혼 연령은 2020년 0.14세 하락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감소했다. 이는 30대 초반 연령의 남자 결혼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령별 혼인 건수를 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30~34세에 결혼하는 비중이 각각 39.1%, 19.4%로 가장 많았다.

국제결혼 비중은 10%, 日 국적 아내도 늘어
국제결혼도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1,000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전체 혼인 중 국제결혼의 비중은 9.3%로 10%에 육박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32.1%) △중국(16.7%) △태국(13.7%) 순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남편은 △미국(28.8%) △중국(17.6%) △베트남(15.0%)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국제결혼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2만431건으로 전체 혼인 대비 비중은 1.5%포인트 증가한 10.7%로 나타났다.
국제결혼의 유형은 외국인 아내가 69.8%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남편과 귀화자가 각각 17.9%, 12.3%로 집계됐다. 외국인 아내와의 혼인 비중은 전년 대비 3% 포인트 증가한 반면, 외국인 남편과 귀화자는 각각 2.1%포인트, 0.9%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남편의 출신 국적은 △중국 1,411건(6.9%) △미국 1,409건(6.9%) △베트남 798건(3.9%) 순이며 아내는 △베트남 5,697명(27.9%) △중국 3,456명(17.4%) △태국 2,024명(9.9%)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결혼한 부부의 초혼 연령은 남편이 37.2세, 아내 29.5세로 각각 전년 대비 0.6세, 0.4세 감소했다.
이 외에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가 2년 연속 40%대 증가율을 보이며 2015년 이후 최고치인 1,176건을 기록했다. 전체 국제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세만 놓고 보면 다른 국적과의 혼인율을 크게 상회한다. 일본 통계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여성의 국제결혼은 6,682건으로 이 중 1,561건(23.4%)이 한국 남성과의 혼인이었다. 비중과 건수 모두 전체 국적 중 1위다. 통계청은 "일본 불매운동으로 양국 교류가 끊겼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한·일간 국제결혼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저출생 대책, 결혼 기피 흐름 되돌려 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1991~1996년생의 증가도 혼인율 상승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전후 출생 붐으로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이른바 '제2차 에코붐세대'로 불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1년 출생아 수는 70만9,275명으로 8년 만에 70만 명 선을 회복했다. 이후 1995년까지 5년간 출생아가 70만 명을 넘어선 '인구 황금시대'가 이어졌다. 이들이 결혼을 고려할 시기에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혼인을 미룬 것도 최근의 혼인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2,507건으로 지난해 22만2,412건의 86%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도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흐름을 돌려놓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쏟아진 저출생 대책에는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를 제거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담겼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혼일 때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 때문에 결혼 후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 최초 특별공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불이익을 해소했다. 직장이 있는 남녀가 결혼해서 소득이 늘어나면 각종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부 합산 대출 한도를 높인 것도 효과가 컸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도 확대했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의 최대 50% 수준으로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 공간과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는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공급한다. 결혼 7년 이내의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지원 대상으로 오는 2026년까지 총 2,000호를 공급하고 이후 매년 4,000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는 강서구 방화동, 영등포구 신길동, 용산구 원효로동 등 3곳에서 추진되며 이르면 2029년 첫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개 사업 후보지의 공급 규모는 총 599세대로 신길동이 298세대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