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입시 제도 고쳐야 나라가 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
Picture

Member for

5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중요”
과열된 교육 경쟁 폐해 지적도
대다수 사회문제, 불평등에서 초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입시 중심의 국내 교육 시스템에 짙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학생과 청년들이 도전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을 때부터 입시제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다.

“혁신 위해선 교육 개혁 필수”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날 연세대학교 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과 학술연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개인의 생애주기 사건이 가계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 반해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양 기관 간 학술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 총재는 MOU 체결식 이후 거행된 연구원 개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단순히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는 성향이 강한 학생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를 육성해 나가는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 문제와 관련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인구는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0%대로 하락하는 우울한 전망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인구 문제는 수도권 집중, 과열된 교육 경쟁, 청년층의 고용·주거·양육 불안, 그리고 경직된 노동시장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으며 “만병통치약은 없기 때문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중장기적 노력을 시작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구와 인재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와 보건·교육·노동 등 인재 문제를 융복합적으로 다루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날 컨퍼런스는 윤동섭 연세대 총장과 김현철 연세대 교수,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이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이는 입시 제도

이 총재는 지난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때도 지역별 비례선발 등 입시제도 개혁을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세종 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총재는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빠져있다”고 짚으며 “성적순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에 앞선 지난해 8월 발간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입시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결국 소득 계층과 거주 지역에 따른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시 관련 소득·지역 쏠림 또는 불평등 현상을 현재 한국 사회 내 고질적 문제들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해당 보고서 발표 직후 일부 학부모는 “위헌이다”, “강남 역차별에 가까운 발상” 등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번 보고서를 강남에 거주하는 게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큰 틀에서 생각하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학부모는 아이 교육을 핑계로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기도 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나아가 부모의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에게 평생의 짐을 지우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자칭 ‘교육 전문가’들은 보지 못한 것

교육계에서도 이 총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먼저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고도화로 인한 불평등은 교육 문제를 넘어 집값과 지역 간 격차, 출생률 등 여러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거시경제 지표까지 좌우하는 병목이라는 점에서 한은 총재의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그간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줄을 이었지만, 그 성과가 전무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관점과 지혜를 모아 교육 및 대입 문제를 풀어갈 때가 됐다는 게 교육 현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지역균형 선발 확대를 지목하며 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의 욕심을 비판했다는 점에서도 이 총재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소위 ‘교육 전문가’들과 달랐다. 선발 자율권 확대는 대학의 교육철학 구현의 수단으로서 학생과 학부모, 고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때만 의도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데, 현실의 대학들은 경쟁 대학보다 배치표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율권을 남용하는 데 가깝단 지적이다.

도서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의 공저자이자, 서울 공공병원 의사로 재직 중인 문호진 씨는 “작금의 교육을 둘러싼 현실을 극복하려면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의 고통을 중심으로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담론이 오가는 공론장이 필요하다”며 “이 총재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더라도 논의의 장을 연다는 의미에서 기존 담론과 차별화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