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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소득대체율 43% 적용 납입 대비 수급 비율 2.19배→1.67배 지급 보장 명문화, 고갈 시 대책은 전무

여야가 오랜 시간 이견을 보여 왔던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 등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07년 이후 18년 만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첫 걸음을 떼게 됐다. 그러나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면서 국민연금의 존폐를 둘러싼 논의 또한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모두 상향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국민연금 개혁 합의문에 서명했다. 해당 개혁안은 같은 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우 의장은 “최근 정치권에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이지만, 많은 분이 머리를 맞대 합의를 이뤄냈다”며 “18년 만에 연금개혁에 합의하는 매우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올리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은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당장 내년부터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월소득이 309만원(작년 전체 가입자 평균월소득액)인 직장인이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연금 수령 첫 해에 123만7,000원을 받던 것에서 앞으로는 132만9,000원을 받게 된다.
대신 납부하는 보험료도 늘어 난다. 같은 조건에서 현재 27만8,100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0만1,700원을 내게 된다. 12만3,600원이 오르는 셈인데, 직장인의 경우 절반인 6만1,800원은 회사가 부담한다. 다만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연간 0.5%p씩 8년간 단계적 조정되므로 이 기간에는 월 보험료가 매년 7,725원씩 오른다.
이에 따라 평균소득의 직장 가입자가 40년 동안 내는 총 보험료는 1억3,349만원에서 1억8,762만원으로 5,413만원 늘어난다. 이후 25년간 국민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수급액은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으로 2,170만원 증가한다. 납입 대비 수급 비율은 2.19배에서 1.67배로 축소 된다.
또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디트)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출산 크레디트도 현행 둘째부터에서 첫째부터로 확대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최대 12개월 동안 연금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한다. 기존에는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던 기존 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할 때에만 최대 12개월을 지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납부 재개 요건을 삭제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연금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득권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 비판도
눈길을 끈 부분은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의무 명문화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가입자들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의도다.
다만 이 같은 명문화를 둘러 싼 평가는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연금기금 고갈 후 대책이 없는 만큼 연금 수령 시점이 가까운 기성 세대들만 그 수혜를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지급 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586세대가 자신들만 연금을 더 받겠다는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국회에서도 3·40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된 견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라고 표현하며 “시한부 국민연금에 산소호흡기나 달아주는 합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30대 의원인 김용태, 박충권, 우재준 등도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또한 20일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청년과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이번 합의안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넘기기는 이제 그만하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 붙은 국민연금 폐지론
비판의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혁으로 연금 적자 전환 시점과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7년(2041년→2048년), 9년(2055년→2064년) 늦춰지게 됐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앞으로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청년들은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춘 게 무슨 개혁이냐”고 입을 모았다. 20대 직장인의 경우 최소 30년 이상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연금 수령 여부와 액수 등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40대 이하 국민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폐지가 답”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개정안에 제시된 소득대체율 43%는 40년의 가입을 전제로 하는데, 현재 평균 가입 기간 20년 미만에 그쳐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입자는 줄어들고, 수령자는 늘어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 역시 반영되지 않아 재정안정화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청년 가입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개인연금 등 추가 노후 대비가 필수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입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2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생)이 모두 수급자로 빠져나가고 나면,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청년층의 노후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서 퍼지고 있는 국민연금 폐지론을 단순히 불공정한 원칙에 대한 반발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후 계획을 스스로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