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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돈바스 이양 제안' 수용 검토, 우크라 안보 카드로 실익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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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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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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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즉각적인 휴전' 내세웠지만 노딜 논란
러 이용해 中 견제하는 '외교적 성과'란 평가도
유럽 정상들, 우크라 백악관 협상에 동행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방을 포기할 경우,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을 위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반대급부로 우크라이나 내 서방군 주둔과 미국의 안보 보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18일 백악관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에서는 '영토 양보'와 '안전 보장'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우크라가 돈바스 포기하면 신속한 평화 협상 가능"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정치매체 엑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등 돈바스를 완전히 넘겨주면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서 추가 공세를 멈추고 전선을 고착화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주 70%가량을 점령했다. 이 지역은 수년간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구축해 온 핵심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구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회담 직후 그는 유럽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포기한다면 러시아와 신속한 평화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담 전부터 강조해 온 대(對)러시아 제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 등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자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즉각적인 휴전'을 내세웠던 협상이 결국 진전 없이 노딜로 끝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엑시오스는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를 요구하면서도 전선 고착 외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이미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진전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이를 양보한 것처럼 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휴전, 제제, 데드라인 그 어느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휴전 요구를 포기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Elmendorf-Richardson Joint Base)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對중국 제재 고려하지 않아도 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며 "3시간 동안 다양한 쟁점에 대해 심도 있게 협상했고,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이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번 회담 이후 대중국 관세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로 중국과의 무역·관세 문제에서도 전략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한 보복관세나 2차 제재를 당장은 검토하지 않겠다"며 "다만 2~3주 뒤에는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전쟁 종식을 위한 움직임이 없을 경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는 2차 제재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산 제품에 추가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는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러시아 역시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이득을 얻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러시아는 서방의 즉각적인 휴전 요구를 막아내며 전쟁을 지속할 명분을 확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추가 제재 역시 유예되면서 경제적 압박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를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보복관세가 당분간 부과되지 않아 글로벌 무역 측면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돈바스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전쟁 이후의 협상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분쟁의 장기적인 해결을 위해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모든 정당한 우려를 고려하고 유럽과 세계 전체에서 공정한 안보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자연스럽게 보장돼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그 일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영토 보전 vs. 안보', 美·우크라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

이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젤렌스키·푸틴 대통령과 진행하는 '3자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인데, 회담 개최 여부는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조건'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러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는 그동안 휴전 요구를 여러 차례 묵살했고, 언제 살상을 멈출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며 "3년 반 동안 이어진 채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자 회담의 최대 쟁점은 돈바스의 러시아 이양 여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전 보장 등이 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도네츠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기존 영토를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돈바스 이양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크라이나 내 서방군 주둔 등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안보 보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유럽 정상들은 '안보 패키지 확보 대 영토 보전'이라는 딜레마 속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이미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고,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는 철통같은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하며, 나토 가입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비롯해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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