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푸틴 "우크라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나머지 전선 동결" 美·EU 등 서방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전망 EU, 안보 유지 위해 향후 10년간 3조 달러 지출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전쟁'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내주고, 미국·유럽 등 서방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푸틴, 휴전 조건으로 '돈바스 영토' 요구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로스토프주 일대)에서 철수하면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와 하르키우 일부의 러시아군 점령지(440㎢)를 반환하는 대신, 돈바스에서 아직 우크라이나군의 통제를 받는 면적(6,600㎢)을 넘겨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러시아는 2022년 개전 이후 도네츠크의 75%,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를 장악한 상태다.
러시아가 이처럼 돈바스 일대 영토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네츠크 서부 지역에는 도시와 마을을 방어선으로 삼은 우크라이나의 ‘요새 벨트’가 구축돼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는 이들 도시의 요새 벨트를 강화하고 방위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돈과 노력을 쏟았다”며 “푸틴이 점령지를 확장하는 데 도네츠크 요새 벨트는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짚었다.

우크라 안보 서방국 손에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 수용될 시 우크라이나에는 서방국 병력이 주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를 포기할 경우, 러시아는 요새 벨트 전역에 진지를 구축하고 방위 산업 인프라를 활용하며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 서방국의 개입을 통해 확실한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우크라니아가 도네츠크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회담 이후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경우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이 시나리오에 대해 “1953년 한국전쟁 종결과 유사할 수 있다”며 “당시 한반도가 분단됐지만, 남한은 미군에 의해 보호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안전 보장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는 영토 포기 문제와 함께 18일 진행될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외에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이 참석한다.
막대한 군사비 부담
향후 논의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책임지게 될 서방국이 막대한 군사 비용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고, 유럽 대륙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3조1,000억 달러(약 4,298조1,5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우크라이나 군대를 재건하는 데 앞으로 10년간 1,750억 달러(약 242조6,375억원)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협상 최종 타결 시점의 군력 상태와 방어해야 할 영토의 면적에 따라 지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EU 회원국들의 군사력 증강과 국방 예산 증액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은 포병 비축물과 방공 시스템, 미사일 시스템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EU 동부 국경을 강화하고, 군대의 신속한 배치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 방위산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블룸버그는 EU가 해당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주요 나토 회원국의 차입 규모가 2조7,000억 달러(3,743조5,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전쟁 중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건물과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데도 약 2,300억 달러(318조8,95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