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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계 표심, 지역 선거를 흔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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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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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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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유권자, 특정 지역서 선거 판도 좌우
인구 집중·제도 영향으로 표심 변화 확대
해법은 선거 투명성·시민교육·제도 설계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호주인의 17%만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지만, 시드니 베네롱(Bennelong)과 멜버른 치솜(Chisholm)처럼 중국계 인구가 30%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곳에선 중국계 유권자의 표심이 집중돼 있어 작은 변화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흐름은 호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캐나다에서도 중국에 대한 여론은 냉랭하고, 중국은 위챗(WeChat) 같은 플랫폼을 통해 중국어권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퍼뜨려 캐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계 미국인은 여전히 소수지만, 주(州) 단위 선거에서 점점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세 나라의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중국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지만, 중국계 유권자는 소수이면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선거 판도를 바꿀 힘을 갖고 있다.

사진=ChatGPT

소수자 표심에서 ‘지역 신뢰’로

호주 정치권에서는 중국계 유권자를 ‘캐스팅보트’로 묘사하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중국에 더 우호적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이 표심이 제도적 신뢰를 흔들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호주 전체 인구 중 중국계는 5.5%지만, 베네롱에서는 28.8%를 차지한다. 캐나다도 전국 평균은 4.6%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 리치먼드(Richmond)는 50%를 넘는다.

호주 주요 선거구에 집중된 중국계 인구 비율(단위: %)
주: 지역-베네롱, 치솜, 멘지스, 호주 전체(X축), 인구 비율(Y축)/중국계 혈통 인구 비용(진한 파랑), 중국 출생 인구 비율(연한 파랑)

이런 집중이 곧바로 ‘중국계 유권자가 모두 같은 표를 던진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선거 제도다. 소수표라도 특정 지역에 모이면 다수대표제와 선호투표제는 그 영향을 실제 의석으로 크게 키운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달라진다. ‘왜 특정 집단이 투표하느냐’가 아니라, ‘이 제도가 이런 집중을 신뢰를 잃지 않고 다룰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숫자가 보여주는 표심의 힘

2024년 호주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 조사에서 호주인의 중국 신뢰도는 1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0%는 중국을 ‘미래의 군사적 위협’으로 봤다. 2025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미국인 77%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앵거스리드(Angus Reid)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80%가 중국에 부정적이었다.

이 수치가 지역별로는 다른 의미로 이어진다. 베네롱의 중국계 인구 비율은 28.8%, 중국 출생자는 13.7%다. 중국 출생자의 시민권 취득률은 2021년 기준 41%다. 이를 반영하면 베네롱 전체 유권자 중 중국계 비율은 약 20~21%로 추정된다. 이 집단의 표심이 10%만 움직여도 전체 득표율은 2%포인트 바뀌어 접전지에선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하다.

베네롱 선거구 유권자 구성 추정치(단위: %)
주: 중국계 유권자(진한 파랑), 기타 유권자(연한 파랑)

캐스팅보트와 ‘조건부 소속감’

호주 총선 과정에서 중국계 커뮤니티가 처한 이중적 위치가 드러났다. 정치권은 표심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낮추지만, 동시에 ‘중국 위협’ 경고와 외국 개입 보도가 이어졌다. 자유당의 강경파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은 “중국이 호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했고, 제인 휴임 상원의원은 “중국 스파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런 발언이 쌓이며 중국계 표심은 자유당에서 멀어졌다. 선거가 끝난 뒤 새로 당권을 잡은 수잔 레이 자유당 대표는 중국계 커뮤니티와 만나 “표현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 당이 더 신중해져야 한다”라고 인정했다.

‘정착’에 대한 불안

지역 유권자들이 갖는 또 다른 걱정은 단순하다. “정착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이다. 중국계 유권자 대부분은 호주에서 태어난 시민으로, 정착 여부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호주로 온 사람 중 시민권자는 41%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이 유학이나 단기 체류 신분으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표권은 없지만, 커뮤니티 활동과 선거 자원봉사 등을 통해 여론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현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학생, 가족, 커뮤니티 미디어 같은 기반을 강화해 학교와 대학이 시민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 제도의 역할

이제 답은 뚜렷하다. 언어별 투명성을 갖춘 선거 시스템을 마련하고, 중국어와 영어로 선거 광고와 정보가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학교와 대학은 시민 미디어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선호투표제, 양당 선호 집계 구조, 그리고 소수 표심이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과정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지도자, 선거관리인, 지역 미디어가 정기적으로 만나 외국 개입과 합법적 옹호 활동의 경계를 논의하는 대화 채널도 필요하다. 이런 조치는 디아스포라 정치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을 혼란 없이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다.

예상되는 비판과 대응

이 사안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맞선다. 그중 하나는 디아스포라의 영향력이 민주주의를 왜곡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베네롱에서 나타난 표심 변화는 비시민권자 표 때문이 아니었다. 유권자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투표했고, 출신과 현안이 맞물린 결과였다.

또 다른 비판은 정당이 중국계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국민 다수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본다. 정당들이 중국계 지역에서 생활비, 교육, 의료 같은 공통 의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보를 다루는 서투른 발언만 역풍을 부를 뿐이다.

여기에 중국의 선거 개입 위협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캐나다의 공식 조사는 중국어권 플랫폼을 통한 국외 개입 시도를 명확히 기록했다. 필요한 대응은 지역사회를 향한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언어 기반 투명성과 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현지의 과제

결론은 명확하다. 세 나라 국민은 중국에 회의적이지만, 중국계 유권자는 특정 지역에서 선거 결과를 바꿀 만큼 집중돼 있다. 이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구 집중과 디지털 맞춤 선거 전략이 이어지는 한 갈등도 계속될 것이다.

해법은 ‘누가 투표하느냐’를 다시 묻는 게 아니다. 결과에 불복하는 집단이 있더라도, 제도를 믿게 만드는 조건을 강화하는 일이다. 다언어 선거 투명성, 시민 미디어 교육, 교육자·선관위·커뮤니티 미디어 간의 대화가 바로 그 조건이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면 중국계 표심은 덜 낯설게 보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민족이 아니라 절차와 교육, 그리고 매 선거와 교실에서 쌓이는 신뢰에서 나온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Casting Vote Feels Foreign: Reframing Chinese-Diaspora Electoral Power Through the Eyes of Local Voter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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