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간첩 막으려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트럼프 강경책에 ‘자기 파괴’ 지적
Picture

Member for

7 months 2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간첩 낙인, 美 교육·연구 환경에 치명타
간첩 대응인가 인재 배제인가, 반중 정책의 전략적 역설
‘국가 안보’ 명분의 이면, 혁신 침해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자국의 학문과 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경고다. 일부 간첩 사례가 전체 중국 유학생 집단에 대한 포괄적 배제로 비화돼 미국이 추구해 온 개방성과 혁신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량 비자 취소 계획에 안보 전문가들 “과도하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의 대중(對中) 교육 제한이 사상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다수 전문가들은 “사실과 거리가 먼 과장된 위협”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과거 학문 및 산업 스파이 수사 활동에 참여했던 일부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은 복잡한 중국의 산업 스파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과거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국에서 학술 협력 프로그램을 관리했던 그렉 밀로노비치는 NYT에 “실제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출신 학생 수는, 미국 연구 분야를 지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의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학교에 등록된 중국 출신 학생 수는 약 27만7,000명이다. 인도 출신 학생에 비해 두 번째로 많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중국 출신 유학생들이 중국 공산당 정부와 연계돼 주요 기술들을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나 무작정 중국 유학생들을 쫓아내는 것은 오히려 미국 기술 발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미국이 그간 엄청난 숫자의 중국 등 외국 출신의 과학 기술 전문가들을 고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식 및 기술의 유입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출신의 중국문제 전문가 콩하오펑 교수는 “냉전 시절에도 미·소 과학 협력은 유지됐다. 다만 금지해야 할 분야는 명확히 구분됐다”며 지금처럼 전면적 협력 중단은 오히려 미국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비자 취소의 기준 등 정책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나 정책 시행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적발된 중국 간첩들, 美 정치권까지 진입

다만 과장된 위협이라 치부하기엔 실제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기소되거나 조사를 받은 중국인 연구자와 유학생 중 일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군민융합(MCF·Military-Civil Fusion)' 전략 아래 해외 유학생과 연구자를 활용, 민간 기술을 군사목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활동하던 일부 연구자들이 논문 표절이나 연구비 유용을 넘어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외부로 반출하려 했다는 정황도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말 미 법무부는 12명의 중국계 인물을 간첩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는데, 이들은 미 외교부 전산망 해킹, 미 방산업체 기술 접근 등 ‘고위험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활동했다는 정황이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인 탕원쥔도 유사한 혐의로 2023년 체포됐다. 탕은 민주화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중국의 국가안전부(MSS)에 제공한 후 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당시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 정부의 대리인(agent)으로 활동한 혐의 1건, 음모 혐의 1건, 허위 진술 혐의 1건으로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탕은 1989년 천안문 학살 사태 당시 반체제 인사로 수감됐다가 2002년경 대만으로 망명했다. 이후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가받아 동료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여러 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탕은 2018년과 2023년 해외정보, 방첩, 간첩활동 및 정치보안을 관장하는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 요원으로 일했다. 미국 검찰에 의하면 탕은 중국 본토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MSS에 협조하기로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8년 고향을 방문한 후 익명의 MSS 관계자를 소개받았고, 이때부터 MSS가 탕의 가족에게 돈을 제공했다.

2023년 9월 미 사법당국에 체포된 린다 쑨도 간첩 혐의를 받았다. 뉴욕주 전직 주지사(앤드루 쿠오모, 캐시 호컬) 밑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쑨은 미국 바너드대에서 정치학·정부학 학사 학위,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 주정부에서 약 14년 동안 다양한 직책에서 근무했다. 쑨은 뉴욕 주정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중국 영사관의 지시에 따라 대만 대표단이 뉴욕 주정부 당국자와 만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2019년에는 당시 대만 총통이던 차이잉원(蔡英文)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고, 심지어 미국 정부에 방문을 허가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쑨은 대만 관리들이 쿠오모 전 주지사와 자신을 차이 총통이 주최한 만찬에 초대하자 초청장을 중간에 가로채 주지사에게 전달하지 않고, 주지사가 별도의 행사를 주관하도록 돼 있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주 고위 정치인들의 공개 성명에도 은밀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뉴욕 주정부 공무원이 중국 내 위구르족 구금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간첩 낙인찍힌 교수, 진짜 중국 칭화대 합류

간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저명한 연구자가 중국 대학에 합류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일 중국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나노기술을 통합하는 선구자인 찰스 리버(Charles M. Lieber) 교수가 칭화대가 2019년 설립한 선전국제대학원에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버 교수는 또 선전 의학연구 및 번역아카데미 연구원도 겸직할 예정이다.

리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전임 교수였으며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2020년 FBI에 의해 중국 정부 주도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 그리고 우한이공대와 관계를 허위로 진술하고 관련 수입을 세금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유죄 판결과 함께 구금 및 가택연금, 2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즉 중국 간첩 의혹을 받고, 유죄가 인정됐다는 뜻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중국과 연루 의혹을 받는 미국 내 연구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법무부를 통해 '중국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 캠페인을 전개했다. 중국은 "학계 협력을 저해하고 반아시아적 편견을 조장한다"고 강하게 비난했지만, 캠페인은 아랑곳없이 2022년까지 진행됐다. 주요 타깃은 중국과 연계된 산업스파이 활동,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해 중국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음에도 이를 은폐한 행위,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국영기업이나 연구기관 직원 및 유학생들이었다. 이 중 리버 교수 유죄 사건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손꼽힌다. 그는 우한이공대 등으로부터 월급과 생활비, 연구실 설립 지원금 등으로 218만 달러(약 30억원) 가까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 교수가 정말 당시에 중국 돈을 받고 미국 나노기술을 훔쳤는지, 아니면 리버 교수에게 전해진 거액의 돈이 중국 대학의 순수한 연구 협력 시도였는지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버 교수가 칭화대에 합류하면서 미국 나노기술의 중국 유출은 분명히 현실화했다. 리버 교수는 칭화대 측이 밝힌 콘텐츠에서 "새로운 연구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일을 시작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소수 사례가 전체 중국계 유학생과 연구자에 대한 포괄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간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일반화의 오류를 부추기며, 중국인이기만 해도 의심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소수의 위협이 다수의 배척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자유주의적 가치와도 충돌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 학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2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