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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우크라 보복’ 천명한 푸틴, 멀어지는 우크라戰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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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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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 통화, 우크라 기습 논의
트럼프 “즉시 평화로 갈 대화 아니었다”
푸틴 “최근 공군기지 공격 대응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네 번째 전화통화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終戰)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전개하자 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보복 의지를 천명하면서 종전 협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우크라에 보복 공격 의지

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서 푸틴 대통령과 75분 동안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미·러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19일에 이어 약 2주 만으로 별도의 예고 없이 이뤄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비행장 공격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좋은 대화를 했지만 즉각적으로 평화로 이어질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양측 간 이견 조율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무인기(드론) 117대로 기습 공격해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을 비롯한 41대의 러시아 군용기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어치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전장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역을 드론으로 과감하게 공격한 것이었는데,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면 침공 후 자신들이 거둔 최대 성과 중 하나라고 홍보하고 있다. 1년 반 동안 준비해서 전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최근의 공군기지 공격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드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하지 말라고 설득하려 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앞으로 협상이 이뤄질 여지가 상당히 줄었음을 뜻한다.

NYT "트럼프, 자신을 방관자처럼 묘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6일 첫 고위급 직접 협상에 이어 이달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차 평화 협상을 벌였지만, 포로 교환을 제외하면 전면 휴전과 종전 조건을 둘러싼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담이 끝이 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튀르키예가 포함된 4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크렘린궁 측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 온 종전 협상 논의가 완전히 동력을 잃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보복 방침과 관련해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자신을 방관자처럼 묘사했고, 러시아의 공격적 대응이 기정사실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젤렌스키 모두에 분노하고 있다고 참모들은 말하지만 비교적 푸틴 대통령을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직전 통화 당시의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푸틴 대통령과 두 시간에 걸쳐 통화한 이후 “매우 잘 진행됐다”며 “즉시 휴전을 위한 협상, 더 나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통해 휴전과 종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친 반면, 이번에는 지속되는 상호 공격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보복 의지를 강조해 전달하면서 협상 난항을 시사했다.

크렘린궁 "교환한 각서 검토 시간 필요"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외형상 대화 채널은 유지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차기 협상 일정에 대해 2차 협상에서 교환한 각서 초안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측은 오는 20~30일 사이에 차기 협상 진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교환한 각서 초안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양측이 준비되면 차기 협상 일정을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와의 회담 빈도와 주기성을 표준화하는 것은 어렵고 이는 협상 당사자들의 지속 의지에 달렸다"며 "이런 맥락에서 (협상 개최의) 일정한 주기, 즉 고정된 일정표를 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외교가는 3차 협상도 이스탄불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렉산드로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3차 회담 장소로 바티칸 등 이스탄불 이외 다른 곳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장소 선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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