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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 수출, 글로벌 무역 양상 바꿔 아시아 중진국들이 ‘최대 피해자’ 중간재 수출 줄고 완성품 경쟁력은 ‘상대 안 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산업정책과 제조업 중심 진흥책이 글로벌 무역 양상을 뒤흔드는 가운데 아시아 중진국들(middle-income economies)에 가장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기술 집약적 산업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아시아 중진국들은 1차 산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 경제 목표 달성에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정책으로 아시아 중진국 타격 “가장 심각”
제조업 부문을 새로운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중국의 경제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급등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에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동시에 완성품 시장에서 경쟁해 온 아시아 중진국들이 받는 타격은 심각하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은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우선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급속히 늘어나 낮은 비용으로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비롯한 첨단 산업 육성책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보조금 효과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중국 내수 공급망 전체로 확장돼 생산비를 낮추고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 수출의 급격한 팽창은 아시아 중진국들의 경쟁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과 유사한 생산 요소로 경쟁하는 이들 나라가 중국의 저가 경쟁력과 기술적 진보를 따라가기는 매우 어렵다.
아시아 중진국, ‘1차 산업 의존도’ 증가
여기에 중국의 제조업 부문 자급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주변국들로부터의 중간재 수요도 줄어들었다. 아시아 중진국들은 산업적 기반 약화로 농업, 임업, 광업 등 1차 산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해 장기 성장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야심 찬 경제 발전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분석에 따르면 2015~2025년 기간 중국의 전자제품과 전기 기구 수출은 12.7%에서 53.9%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아시아 핵심 중진국인 태국의 전자제품 수출은 22.67%, 전기 기구는 12.69% 줄어들었다. 반면 태국의 농산품 수출은 27.21% 증가해 1차 산업으로의 회귀는 현실이 됐다.
중국 저렴한 ‘숙련 노동자 임금’, 글로벌 노동 시장까지 파급
무역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 정책은 기술 프리미엄(skill premium,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 임금 차이)을 줄여 글로벌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숙련 근로자들이 대거 진입하며 타국의 기술집약적 산업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기술 프리미엄이 0.54%P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5~23세 인구의 진학률을 1% 이상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상급 학교에 진학해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은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낮추고 장기 성장 전망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격차까지 확대할 것이 자명하다. 그중에서도 이미 교육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가구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생산성 향상 통해 ‘특화 산업’ 발굴해야
전 세계의 관심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권과 중국 간 무역 관계에 집중돼 있지만 사실상 이들 중진국이 무역 패턴 변화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진국들은 인적 자원 개발과 산업 다변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각국 정부는 1차 산업 수출로 인한 수익 증가분이 저소득층을 포함한 교육 기회 확대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기술 습득을 북돋울 수 있는 정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고등 교육을 마친 졸업생들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집약적 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중국과 첨단 산업에서 일대일로 맞붙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면서 파편화되는 글로벌 제조업 부문에서 내부 역량과 환경적 조건을 살린 특화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원문의 저자는 이안 콕스헤드(Ian Coxhead) 일본 대외 무역 기구(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 개발도상국 경제 연구소(Institute of Developing Economies) 선임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export boom is squeezing middle-income As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