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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기술 수준 같으면 저렴한 외국인 선호 현장 관리 등 숙련된 기술직은 중년층 비중 커 근로자 고령화 개선하려면 청년층 이탈 막아야

최근 노동시장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장년층 근로자의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 청년층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증가와 맞물려 비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숙련도와 기술을 갖춘 중장년층과 달리 청년층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 근로자의 역량 차이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이 확대되는 대체효과가 확인됐다. 나아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증가는 생산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관리자급인 중장년층 한국인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관측된다.
건설 근로자 평균 51세, 40대 이상은 84.3%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20년 사이 급속도로 고령화하며 근로자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산업의 청년 인재 확보 전략'을 살펴보면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04년 38.1세에서 지난해 상반기 51.2세로 약 13세 증가했다. 또한 50~60대 건설 근로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57%로 5배 이상 급증하며 전체 건설 근로자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건산연은 "건설업 특성상 실무 경험과 숙련을 중시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업무 처리가 주를 이루면서 장년층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의 고령화 속도는 산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10년 30.9세에서 2023년 43.8세로 4.8세 증가한 데 비해 건설업은 같은 기간 6.2세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9.6세),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6.4세)에 이어 3번째로 큰 증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청년층은 크게 감소했다. 전체 건설 근로자 중 20∼30대 비중은 2004년 64.0%에서 2024년 15.7%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40대 이상 근로자는 84.3%로 주력 세대가 중장년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증가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기능 인력 중 한국인의 비중은 66.3%에 불과했지만, '조선족'과 '그 외 외국인'은 각각 16.5%, 17.2%로 외국 국적자의 비중은 총 33.7%로 집계됐다. '현장에 외국인 비중이 증가한 것을 체감한다'는 근로자 응답도 83%에 달했다. 또 공제회가 실시한 심층 인터뷰 결과,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전기 부문은 한국인이 많으나, 상대적으로 단순 노무 비중이 큰 목수나 철근 부문은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노동자는 다수가 외국인, 중장년층 대부분은 한국인
최근 건설업계 상황을 비춰볼 때 숙련 기술자가 많은 중장년층은 한국인 비중이 크지만, 청년층의 경우 경험과 기술을 갖추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지역연구에 실린 '한국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연령별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해당 연구에서 노동자를 15~29세(청년층), 30~49세(중년층), 50세 이상(노년층)으로 구분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16개 시도의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령층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년층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청년층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청년층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1% 증가하면 청년층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률은 0.73% 떨어지는 식이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청년층 한국인 근로자는 같은 나이의 외국인 근로자와 숙련도, 기술력 등에 큰 차이가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역량이 비슷한 수준일 경우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청년층에서 두 집단은 대체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년층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1% 증가하면 30~49세 중년층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률은 0.47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49세 장년층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50세 이상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률을 인상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1% 증가할 때 50대 이상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률은 0.81%가 늘어나는 '보완관계'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저렴한 청년층 외국인 근로자로 기업 차원에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와 관련해 연구진은 "중년층 일자리는 숙련도와 함께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는 관리직인 경우가 많아 외국인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의 경우 한국 노동시장에서 약자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나 한국 청년 우선 채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 도입 시 노동력의 산업 분포와 직업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국인과 한국인 근로자의 분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적응 지원, 청년 기술인 유치 노력 병행
현재 건설업계는 언어 등 외국인 근로자의 현장 적응을 지원하는 동시에 청년층 건설기술인·건설기능인의 현장 이탈 가속화에 대응해 채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현장의 소통 장애와 전문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4시간가량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 교육'을 들어야 하지만, 교육이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데다 별도의 시험도 없어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대부분 숙련도가 떨어지고 의사소통도 어려워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부실시공의 원인이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원활한 소통을 돕는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GS건설은 건설 현장에 특화된 AI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부 현장에 도입했고 현대건설도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주요국 언어로 번역을 제공하는 외국어 전용 앱을 개발·배포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도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DL이앤씨는 한글을 몰라도 건설 현장의 위험 요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도 다국어 안전보건교육 전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층 건설기술인 인력 수급을 위해 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경직된 면접에서 벗어나 MZ세대 눈높이에 맞춘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 복장 자율화, 캠퍼스 리크루팅 등 채용 전형을 대폭 개편했다. 기업 문화 개선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은 MZ세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주니어보드' 제도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 개발, 비효율적 업무 관행 개선,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