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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중심 성장 전략 선언 외국인 투자·서비스 소비 개방 가속 美 관세 압박 속 '개방 확대' 의지 재확인

중국이 불확실한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의 원천으로 내수 시장에 집중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서비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 장벽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다전선 무역전쟁으로 복잡해진 무역 상황을 보상하기 위해 국내 소비를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中 지도부, 불합리한 소비 제약 철폐
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 장관은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소비가 상품 소비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면에서 고품질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왕 장관은 이러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특히 의료 및 노인 요양과 같은 부문에서 일부 제한 조치를 줄이고 서비스 공급을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장관은 이어 미·중 경제 및 무역 관계에 대한 질문에 "중국-미국 경제 및 무역 관계는 많은 폭풍을 견뎌냈으며 양측은 여전히 중요한 경제 및 무역 파트너로 남아 있다"며 "사실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중국이 개방 확대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중국 본토와 홍콩의 상품 수입을 합친 금액은 전 세계 수입의 약 13.3%를 차지하며, 미국(13.6%)과 거의 동등한 세계 2위의 수입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후 중국의 잠재 소비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학계와 정책계에서 뜨거운 주제가 됐으며, 중국의 다음 5개년 계획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 중평이다.
의료, 통신, 교육과 같은 특정 부문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이미 비교적 자유로운 접근이 허용된 상태다. 왕 장관은 서비스 소비가 향후 몇 년 동안 정부 지원의 중점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셩쑹청(盛松成) 전 중국 중앙은행 통계국장은 중국이 교육과 의료와 같은 분야에서 외국 서비스 제공업체의 투자를 늘리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많은 중국 국민이 고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소비 손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대규모 부양책에도 초라한 내수 회복 성적표
중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설정했으나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대내적으로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 문제가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소비재와 생산설비 신제품 교체 정책 등 내수 진작 정책을 추진해 왔고, 올해 3월 열린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선 내수 촉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발표된 올해 상반기 경제 성적표에서 내수 회복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 수출 물량이 앞당겨지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5.3%를 기록했으나, 6월 소매 판매는 4.8% 증가에 그쳐 전월(6.4%)보다 낮았고 시장 전망치(5.4%)도 밑도는 등 내수 회복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 28조원대 자금을 추가로 풀 예정이다. 중국의 거시경제 담당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8월과 10월 각각 3분기, 4분기용 중앙 정부 자금이 풀린다.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한 소비재 보상 판매 프로그램에 따라 3,000억 위안(약 57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지방 정부에 직접 할당하기로 정했다. 지방 정부가 그만큼의 특별 국채를 발행해 보상 판매 보조금을 주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소비 권장하면서도 과시 소비 억제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부(副)를 과시하는 계정을 단속하고 있어 내수 소비가 큰 폭으로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3월 5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구첸첸의 더우인(중국의 틱톡) 등 '과시' 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끈 인플루언서들의 계정 다수가 영구적으로 정지됐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종료된 뒤 나왔다. 계정이 정지된 인플루언서들은 하루아침에 몇백만 위안(수억원)을 벌었다고 주장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고 말하는 영상들을 주로 올렸다. 당국의 정지 처분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고 대중의 반감을 사는 콘텐츠는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치와 부유함을 과시하는 행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은 인플루언서들만이 대상이 아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증권업협회(SAC)는 직원들이 '과도한 사치'를 하면 해당 증권사에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을 담은 업계 지침 개정안을 공개하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증권사 문화건설실천 평가지표'라는 이름의 이 지침은 바람직한 업계 문화 조성을 위해 증권사들을 평가하는 지표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직원의 사치, 부유함 과시 등 평판 리스크 사건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부당한 급여 인센티브를 주는" 증권사에 더 엄격한 감점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