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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냐 규제냐” 스테이블코인 도입 앞둔 한국, 중국식 실험 참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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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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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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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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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및 ICO 허용 규정 포함
핵심 쟁점은 ‘이자 지급 여부’
자본유출 우려와 국제 비교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디지털자산 혁신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국내 발행을 전면 허용하면서도 자본금과 상호운용성 등 강력한 규제를 부과한 게 핵심이다. 정책 당국은 제도권 편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자 지급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중국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본토가 아닌 홍콩에서 제한적 실험을 택한 것처럼, 한국 역시 국내 자본 통제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제가 시급하단 진단이 나온다.

수요 없는 규제 논의 반복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자산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디지털자산 혁신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디지털자산 혁신법은 이 의원을 포함한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강준현·유동수·이정문)이 준비 중이던 법안으로 가상자산 업권법으로는 두 번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으로는 다섯 번째다.

해당 법안은 국내 가상자산발행(ICO)을 전면 허용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 장치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심사를 법정협회가 주관하도록 했다. 가상자산의 기본 정보가 적힌 ‘백서’가 증권신고서와 달리 프로젝트의 청사진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매출이나 실적 등은 다루지 않는 만큼 이를 한층 면밀히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또 법안은 가상자산 관련 업종을 9개로 분류하며 업종에 따라 인가제와 등록제를 나눠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매매 교환업 및 중개업’은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반면 보관관리업과 지급이전업, 일임업, 집합운용업, 대여업, 조언업, 매매교환 대행업 등은 등록 대상이다. 이 같은 현실을 명문화하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도 법안에 포함됐다. 우선 발행인의 자본금 요건은 1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본금을 갖춘 발행인은 대주주 적격성, 사업 계획의 타당성, 이해상충 방지 체계 등을 당국으로부터 엄격히 심사받게 된다. 스테이블코인과 연동되는 준비자산은 발행 규모 이상으로 늘 유지해야 하며, 매월 실사보고서와 매년 외부감사 보고서도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메인넷에 대한 규정도 포함됐다. 그간 국내에선 블록체인 메인넷과 관련해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이번 법안에선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전문기관이 메인넷 관련 기술 표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때 해외 블록체인 메인넷과도 연동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국내 메인넷인 ‘카이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이더리움이나 트론 같은 해외 블록체인 메인넷을 기반으로도 유통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게끔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요건이 바로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글로벌 블록체인을 통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다수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과 가상자산 업권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연내 이를 통일하는 게 목표라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은행권 이해관계와 정책 당국 간 충돌 불가피

정책 당국과 업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은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붙일 수 있느냐’다. 보유 인센티브가 없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할 유인이 약하고, 반대로 이자 지급을 허용하면 은행 예금과 사실상 동일한 형태를 갖추면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내 가이드라인은 발행자의 직접 이자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거래소 예치·스테이킹·렌딩 등 제3자 경로의 간접 보상은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예금자보호와 유동성 규제 등 은행권에 적용되는 안전장치 없이 예금 대체가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가 불거진다.

수요 측 단서는 청년층의 이용 행태에서 확인된다. 청년정책 플랫폼 ‘도도한콜라보’가 20‧30대 금융 소비자 2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유용성으로 ‘투자‧트레이딩(42.6%)’, ‘자산 보관‧가치저장(42.2%)’을 꼽았다. 또 응답자 중 21.3%는 실제 스테이블코인 보유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거래 규모는 100만~1,000만원 구간이 58.7%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미 ‘디지털 재테크’ 경향이 이미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스템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이자 경쟁-자금-코인런(대규모 인출)’의 전개다. 발행자 또는 플랫폼이 이용자 유치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 이자는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준비자산 운용의 리스크는 커진다. 이 과정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상환 수요가 급증해 페깅(가치연동)이 이탈하는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 준비금의 8.25%(33억 달러)를 SVB에 예치했던 서클의 USDC가 일시적으로 0.86달러까지 하락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정책 옵션은 두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100% 안전자산·고유동성 준비, 일일 내역 공시·감사, 즉시 상환 의무, 격리신탁(링펜싱) 등을 강제해 ‘결제 인프라형’으로만 허용하는 길이다. 이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인은 결제·송금 편의로 제한돼 예금 대체 압력은 낮아지지만, 수익 인센티브가 사라져 수요가 얕을 공산이 크다. 둘째, 간접 이자를 인정하되 은행 예금과 동등한 유동성 규제를 부과해 ‘준예금형’으로 관리하는 모델이다. 다만 이 같은 경로는 은행권과의 직접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시장금리 급등기·충격 시 예금 유출 가속화라는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

자본 흐름 통제-디지털 자산 혁신 간 균형 과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홍콩을 스테이블코인 시험대로 활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토에서 직접 시행할 경우, 자본 통제 약화와 대규모 자금 유출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단 판단에서다. 홍콩 금융당국(HKMA)은 최근 제도 개정을 통해 면허 기업에 법정화폐 담보 토큰 발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극소수 기업에만 면허를 주고, 활용도 또한 기업 간 거래(B2B)로 제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콩은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철저한 검증 절차를 마련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결제 효율성과 국제화 잠재력을 시험하면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과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해석된다. HKMA 관계자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시장 과열과 투기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샌드박스 프로그램 지원 기업들의 활용 사례(use case), 준비금 보유 능력, 법적 분쟁 처리 방안 등을 철저히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도 홍콩과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봤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등장하더라도 높은 금리와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원화 자금이 해외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거 이탈하거나, 역외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알트코인 전환 경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제국제은행(BIS) 역시 “달러 외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각국의 자본 유출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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