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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패권 삼중 전선, 中 통제 강화·美 공급망 다변화·개도국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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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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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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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 강화, 완제품도 규제 대상
미국은 중국 의존도 낮추기 ‘비상’
개도국 둘러싼 자원외교 본격화

중국이 희토류 생산·수출 전 과정을 통제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미국은 정제시설 건설과 해외 동맹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나섰다. 동시에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도국에서는 양국의 경쟁을 활용해 투자와 인프라 지원을 끌어내는 자원외교가 본격화됐다. 희토류를 둘러싼 규제·대응·외교가 맞물리며 미·중 희토류 패권 경쟁이 국제 정치경제의 전선을 넓히는 양상이다.

10월 새로운 규제 시행 예고한 중국

2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 등 3개 부서는 지난 23일 ‘희토류 관리 규정 이행 지침’을 발표하고,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모든 희토류 생산 기업이 매월 제품 흐름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정부가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정 기업의 할당량을 관리하고, 희토류 제품의 유통 경로를 완전히 추적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생산 총량(쿼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내놨다. 2012년 6월 시행된 ‘희토류 의무생산계획 관리에 관한 잠정조치 발표에 관한 통지’를 대체한 해당 조치는 연간 희토류 생산 총량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MIIT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국민경제발전 목표, 국가 희토자원 매장량 및 종류, 희토류 산업발전, 생태보호,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연간 희토류 채굴·제련 총량 지표를 수립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에 앞선 지난달 말 희토류 완제품까지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광산에서 채굴된 원광이나 산화물 등으로 규제가 집중됐지만, 이제는 이를 활용한 합금이나 자석, 부품까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이 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매월 수출 현황을 점검하고, 기업들의 거래 내역까지 샅샅이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단순한 산업적 차원의 규제를 넘어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미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한 중국은 이번 조치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공급 제한을 넘어 글로벌 전자·배터리·방산 산업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희토류가 반도체와 전기차, 첨단 무기 등 핵심 산업의 필수 재료인 만큼 중국의 통제 강화는 산업계 전반에서 공급망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조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미국, 민·관 공동 프로젝트로 대응 수위↑

중국의 희토류 통제 무기화가 본격화하는 동안 미국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한 희토류 정제시설 확충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국방부와 에너지부 주도로 희토류 원광 채굴 및 가공 인프라를 동시에 강화하는 계획을 내놨다. 또 일부 주에서는 희토류 광산 재가동을 위한 투자계획과 함께 환경 규제를 완화해 초기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민간 기업의 참여도 활발한 모습이다. IT·방산 분야 핵심 기업들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록히드마틴 등이 프로젝트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고, 이들 기업은 자금 투자는 물론 기술 협력까지 병행하고 있다. 애플과 MS는 전자기기 공급망에서 희토류 수요를 줄이기 위해 대체 소재 연구에 동참하고, 방산 기업들은 희토류 자석 의존도를 낮추는 신형 부품 개발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처럼 민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합동 프로젝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의 핵심으로 꼽힌다.

나아가 미국은 해외 동맹국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확대 중이다. 캐나다, 호주 등 자원 부국과의 공동 탐사 및 정제 프로젝트를 추진해 자국의 부족한 생산능력을 보완하고, 종국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겠단 구상이다.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파일럿 단계에 착수해 내년께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공동의 투자펀드가 조성됐다. 이와 같은 다자 협력은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려는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의 대응이 가지는 한계 또한 선명하다. 막대한 예산 투입과 대기업 참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정제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운 탓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속도전은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를 내놨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들의 성패가 향후 미·중 희토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입지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말레이시아 콴탄 인근에 위치한 라이너스사의 희토류 처리 시설/사진=라이너스

개도국 전략자원 협력 움직임 활발

희토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아프리카와 남미 등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을 무대로 전선을 넓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채굴과 정제 역량이 제한적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중국은 기존의 압도적 공급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 해외 광산 지분 확대와 장기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지난 2023년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Lynas Rare Earths)에 2억5,800만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에 정제시설을 건설했다. 라이너스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 산화물 정제에 성공하며 공급망 다변화의 성과를 입증했다. 아울러 미국은 2022년 일본·한국·인도·영국·호주 등 14개국과 함께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출범시켜 자원외교를 제도화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자원 보유국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넓히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기존 해외 공급망을 공고히 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 최대 희토류 기업인 중국희토그룹은 베트남 최대 광물 기업 비나코민과 본격적인 협력에 나섰으며, 중(重)희토류 공급망을 떠받치는 미얀마로부터는 지난 한 해에만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57%(4만4,000톤)를 들여왔다. 이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일부 국가엔 기술 이전과 자원 접근권을 주고, 미국 등 지정학적 경쟁국들엔 수출 통제 같은 압박 수단을 쓰고 있다”며 이를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개도국은 미·중 양국의 경쟁을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콩고는 희토류 개발 협상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금융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어 자국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 바 있으며, 카자흐스탄은 자원개발 파트너십을 통해 광산개발 프로젝트에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후 재건 과정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자원 협력에 관심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희토류를 둘러싼 개도국들의 자원외교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국제 정치경제의 핵심 전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투자와 다자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은 해외 자원 지배력을 확대해 공급망 우위를 공고히 하는 식이다. 이는 개도국 입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패키지를 통한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특정 강대국에 종속될 위험을 내포한다. 자원외교를 통해 개도국이 얻는 경제적 이득은 장기적 관점에서 외교적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경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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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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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