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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보장도 SKY도 무소용” ‘의대 블랙홀’에 빠진 韓, 첨단인재 육성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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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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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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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광풍’에 인재 유출, 수학 천재들도 의대로
‘대기업 보장’ 학과도 의대 쏠림에 학생 이탈 증가
이공계 인재 공동화,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 확대

'기승전 의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의 인재들이 창업 등을 통해 ‘조(兆) 단위의 승부’를 향해 뛰고 있는 동안 한국 인재들은 억대 연봉 의사를 목표로 달리는 모습이다. 선진국 중 의대 광풍이라는 기현상이 펼쳐지는 나라는 한국 외에 거의 없다. 2022학년도 이후 줄곧 입시 상위 20위권 학과는 모두 의대로, 전국 수석부터 3,000등까지 대부분이 의대로 간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절박한 상황임에도 의대 쏠림이 심화하면서 국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Y 중퇴 ‘역대 최대’, 의대 정원 확대로 중도 이탈

3일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도탈락 학생 수는 2,481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대학알리미에 중도탈락 인원 공시가 시작된 2007년 889명 대비 2.8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중도탈락은 자퇴, 미등록, 미복학, 유급 등의 사유로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을 뜻한다.

계열별로 살펴보면 자연계가 1,4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문계는 917명, 예체능 70명이었다. 학과별로 살펴볼 때 자연계열의 경우 서울대는 간호학과가 27명으로 최다였다. 연세대는 공학계열(155명), 고려대는 전기전자공학부(65명)가 가장 많았다. 인문계열은 서울대 인문계열(18명), 연세대 인문계열(68명), 고려대 경영학과(71명) 등의 이탈이 많았다.

SKY 대학의 중도탈락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유는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갑작스럽게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중도탈락이 많이 발생한 학과들의 합격점수, 문과 침공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상당수는 반수 등을 통해 의대·한의대·약대 등 의약학계열로 재입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이공계 일반학과보다 의약학계열로 쏠리는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 합격자의 학과별 내신 합격선을 분석한 결과, 내신 1.0등급을 합격선으로 제시한 6곳의 학과는 모두 의약학계열이었다. 자연계 일반학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학과 모집인원은 총 79명으로, 사실상 내신 만점을 받은 학생 79명이 전원 의약학계열로 향한 셈이다.

내신 1.1등급까지 확대해 보면 합격선 학과는 22곳, 모집인원은 312명이었다. 이 중 297명(95.2%)이 의약학계열, 일반학과는 15명(4.8%)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의대가 267명(85.6%)으로 압도적이었고, 약대 23명(7.4%), 치대 7명(2.2%) 순이었다. 2026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이 일부 축소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의대뿐 아니라 의약학계열 전반에 대한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SK 취업 보장돼도 의대 선호

의약학계열 선호 현상에 따른 이과생 비중 급등 흐름은 서울 주요 학군지와 자율형사립고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이과를 가르는 암묵적인 기준이 적성에서 성적으로 바뀌면서 ‘상위권=이과’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겼을 정도다. 이처럼 높은 교육열 덕에 초·중·고등학교 수준에서 한국의 ‘이공계 인재풀’은 탄탄한 편이지만, 이들이 모두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면서 이공계 학과는 공동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과 손잡고 선보인 '취업연계학과'도 의대 쏠림 앞에선 무력하기만 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 당시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 주요 5개 대학에서 대기업 취업 연계가 가능한 반도체학과 등록 포기율은 179.2%로 집계됐다. 5개 대학 반도체학과의 정시 모집인원 79명 보다 2배 가까운 합격생 138명이 타 대학 등록 등을 이유로 이탈한 것이다.

기업별로 보면 SK하이닉스 계약학과는 30명 모집에 60명이 추가 합격해 등록포기율이 200%에 달했다. 특히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정시 정원(10명)의 3.6배인 36명이 등록을 포기해 가장 큰 이탈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의 경우 정원 47명에 7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주요 상위권 대학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합격자 이탈도 컸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 정원 25명에 65명이 등록을 포기해 등록 포기율이 260%에 육박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모집 정원(10명)과 같은 숫자인 10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합격자들이 의약학계열에 중복으로 합격해 이탈한 결과다.

자연계 대학원도 미달, 예측 가능한 성공만 집착

이 같은 의대 쏠림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안정된 지위와 보장된 고소득, 생명 치료라는 직업적 가치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대기업조차 평생직장이 아닌 현시대에 의사는 ‘정년 없는 안정된 직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대학원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항공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첨단산업 또한 인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자연계열 일반학과 지원자가 줄고, SKY 대학 무전공 전형에서 등록 포기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위축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의대 쏠림에 따른 이공계 붕괴는 국내 연구 현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교육부의 ‘서울대 2025학년도 전기 대학원 모집단위별 충원율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 이공계열 석·박사 과정을 모집한 학부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75%에 달했다. 자연과학대는 석·박사 과정의 81.6%가, 공대는 70.4%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중 지원자가 모집 정원보다 적은 경우도 전체의 40%에 이른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서울에 있는 주요 공대·자연과학대조차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구 인력은 매년 줄어드는데 한국을 떠난 이공계 인재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에 취업한 한국인 과학기술계 인재는 14만4,000명에 달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두뇌유출지수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24위(2021년)에서 30위(2024년)로 하락했다. 순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인재가 해외로 떠났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최우수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해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만 몰리면서 국내 의학 발전은커녕 필수·지역의료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러한 쏠림 현상은 국가 경쟁력까지 잠식한다. 올해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중국 정부가 10년 전부터 대학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다. 미국에서 유학하며 실력을 다진 중국 엔지니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중국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애국심이 아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그나마 공대를 선택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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