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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출업체, ‘미국 관세’ 부담 9%만 지불 “공급망 우위 협상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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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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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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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업체, 관세 부담 최소화
공급망 협상력 차이에서 비롯된 우위
관세장벽 넘어선 중국 수출 전략 주효

중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관세 비용의 9%만 지불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담은 미국 내 수입 업체와 소비자가 대부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전략적 공급망 지위를 활용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했음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실질적으로는 자국 기업과 가계에 불균형적 부담을 안겼음을 시사한다.

미국 수입 업체 50%, 소비자 8% 부담

2일 중국국제캐피털공사(CICC)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부담의 9%만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미국 수입 업체들은 관세 부담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고 있었으며,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8~10%의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실제 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CICC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중국발 수입품의 평균 가격은 27%포인트에 달하는 실효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2.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즉 중국 기업들이 관세 충격을 가격 인하로 흡수하지 않고, 미국 측에 비용을 전가했다는 의미다.

美 기업들, 中에 66% 부담 요구했지만 반전

주목할 만한 부분은 CICC의 이번 연구 결과가 미국 소매 대기업들이 중국 공급업체에 요구했던 66%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6월 월마트, 타깃, 나이키, 아디다스 등 미국 거대 소매업체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 수익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자, 중국 공급 업체에 관세 비용의 최대 66%를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중국 생산업체들과 몇 주 동안 협상을 벌인 결과다. 지난 4월만 해도 주요 미국 소매 업체들은 중국 공급업체에 선적을 재개하도록 요청하면서 관세 비용 전액을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합의했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미국 업체들이 중국 측에 관세 부담 압박을 가한 이유는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지난 5월 "월마트가 무역전쟁의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가격을 일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월마트와 중국이 관세를 먹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공개 저격한 바 있다.

다국적 생산·수출 경로 전환 전략

결과적으로 중국 공급업체의 부담이 축소된 것을 두고 분석가들은 중국 공급망이 강력한 경쟁 우위와 교섭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기업은 수출 전략을 빠르게 전환했다. 비록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는 밀려났지만, 수출 경로와 생산 기지 다변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수출 규모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아울러 중국 기업은 수출 대상국을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분산시키는 전략도 구사한다. 이런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하나가 제3국을 경유하는 수출 방식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반제품을 제3국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한 후 현지에서 조립하거나 최소한의 가공을 거쳐 원산지를 세탁(origin washing)하는 것이다. 실제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크게 늘었다.

두 번째는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공급망 재편이다. 이는 단순한 경유를 넘어 생산 설비와 인력을 중국 외 다른 국가로 보내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중국 내에서 모든 생산과 조립이 이뤄졌으나, 현재는 베트남, 멕시코로 부품 생산을 분산하고 현지에서 최종 조립한 후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보편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BYD는 관세를 회피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헝가리, 브라질, 태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독일에 세 번째 생산 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인 롱기(LONGi)도 말레이시아 공장을 활용해 미국의 관세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이런 전략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해외 인프라 투자는 특히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주요 우회 경로에 필요한 물류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더 용이하게 한다. 중국 정부의 수출 보조금 정책과 위안화 절하 기조도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주효했던 건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정치적으로는 대중 견제를 강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산 제품 의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의 성패가 단순히 관세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내 협상력과 대체 불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 시켜주는 사례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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