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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 관리 자본주의로? 산업계·연준·암호화폐까지 장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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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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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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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텔 등 자국 기업 지분 확보에 박차
"러시아·중국 전철 밟나" 이례적 행보에 우려 쏟아져
연준 이사회·암호화폐 시장 등에도 과도한 영향력 행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본 시장 개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가 하면, 록히드마틴 등 방위산업체 지분 확보 의사까지 드러내며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양상이다. 외신 등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전통적인 자유 시장 체제를 흔드는 ‘행동주의 투자자’와 같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 개입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의 새로운 행동주의 투자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칼 아이칸, 넬슨 펠츠 등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지분을 확보해 기업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경영진 교체나 사업 구조조정을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사이 이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달에는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약 5,554억4,000만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고, 6월에는 US스틸을 일본에 매각하면서 핵심 경영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았다.

최근에는 반도체 보조금을 앞세워 인텔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보통주 4억3,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약 2만8,630원)에 매입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텔 지분의 9.9%에 해당하며, 총 89억 달러(약 12조4,510억원)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미국 정부는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지분율 8.9%)을 제치고 인텔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매수 자금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 잔여 보조금 57억 달러(약 7조 9,740억원)와 미국 국방부 반도체 보안 프로젝트 지원금 32억 달러(약 4조 4,770억원)에서 충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은 방위산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 취득 이후 다른 기업과도 비슷한 거래를 진행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방위 산업에 대한 대규모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록히드마틴은 대부분의 수익을 연방 계약에서 창출하며 사실상 미 정부의 한 부서와도 같다”며 “(지분 취득이)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국방장관과 부장관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미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방위산업체다.

자유 시장 경제 흔들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해 자유 시장 체제를 대표하는 국가였던 미국이 국가 관리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국가 관리 자본주의는 국가의 이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시장 자유를 통제하는 체제로, 이를 채택한 대표적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꼽힌다.

물론 미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과 독일 환율을 절상(달러 가치 하락)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한 바 있으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구제금융을 투입해 금융 시장을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입은 과거와 달리 붕괴 직전의 기업을 구제하거나, 세계 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대의 명분 없이 노골적으로 자국 내 통화 정책과 기업 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백악관은 지분 확보 등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에 대해 "이 회사는 냄비나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분 인수는 정당하다"고 발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행보가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새러 바우얼리 댄즈먼 인디애나대 교수는 "정부가 한번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나면, 그 기업의 의사 결정은 더 이상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준 독립성까지 훼손 위기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 지분 확보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시장 개입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해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5일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쿡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미 주택금융청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방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 이후 그는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리사 쿡 이사의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쿡 이사가 해임된 이후,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아예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최근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에 이어 쿡까지 해임되면 연준 이사 7명 중 2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2020년 트럼프가 지명한 크리스토퍼 윌러와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까지 더하면 이사회 과반수가 트럼프의 인사로 채워진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며 막대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및 그 일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이자 WLFI(Web 3 Ambassador) 대사인 에릭 트럼프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전략 비축 대상 암호화폐 중 리플, 솔라나 등을 제외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에릭의 행보가 현재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의 ‘비트코인 법안(BITCOIN Act)’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해당 법안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삼아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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