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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차관 중심 확장에서 운영 성과 중심으로 일대일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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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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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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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관 중심에서 수익성·합작 중심으로 일대일로 전환
중앙아시아, 물동량 확대에도 재정 건전성 확보가 핵심 과제
지속 가능한 회랑, 운영 지표와 제도 개혁이 관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는 출범 10년을 지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초기에는 대규모 차관을 앞세워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했지만, 각국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부채 함정’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확장보다 규모와 성과가 분명한 사업, 그리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중심으로 접근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025년 6월 중앙아시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에 15억 위안(약 2조8,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약속하며 기존의 공격적 차관 방식에서 한발 물러섰다. 같은 시기 카자흐스탄을 지나는 카스피해 횡단 ‘중간 회랑’ 철도 물동량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고, 신장(新疆)을 경유하는 중-유럽 화물열차 운행도 14% 늘었다. 교역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부담 완화형 지원’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은 여전히 중국 수출입은행에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는 외채의 36~37%에 달한다. 인프라가 운영 수익과 현지 투자를 통해 자립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사진=ChatGPT

지정학에서 경제 현실로

일대일로 논의는 그동안 러시아 전쟁으로 기존 경로가 차단되고, 유럽이 중앙아시아를 끌어들이며,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정학적 구도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는 전체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앞으로 중요한 기준은 ‘누가 건설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수익을 창출하고 관리하는가?’다. 단순한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해 운영 주체에 귀속되는 구조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2018년 이후 일대일로의 신규 계약 건수는 줄었지만, 비금융 직접투자(FDI)는 꾸준히 늘었다. 파트너국이 부패와 부채 문제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중국 기업이 재정난으로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케냐 철도처럼 주요 연결망과 이어지지 못해 활용도가 떨어진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초기의 무리한 프로젝트 수주에서 벗어나 실제 수행 능력과 수익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 각국도 재정 압박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에너지·철도 요금을 인상하며 비용 회수에 나서고 있다. 지정학적 경쟁은 이미 운영 성과와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제 현실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합작투자, 서비스 기준 설정, 수익 공유 제도 같은 정책이 이 전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프라 건설은 정치적으로 값비싸고 재정적으로 취약한 자산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물동량, 관건은 수익성

중앙아시아 물동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중간 회랑은 2024년 1~11월 기준 410만 톤에서 연간 약 450만 톤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조지아 철도 공사에 따르면 톤-킬로미터당 평균 운임은 약 0.12라리(약 73원), 운영비는 0.13라리(약 79원)로 여전히 수익성이 낮다. 물량이 증가해도 생산성 향상과 요금 관리 없이는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의미다.

2023~2024년 중간 회랑(Middle Corridor) 화물 물동량(단위: 백만 톤)
주: 연도(X축), 물동량(Y축)

우즈베키스탄은 2024년 말 국내 화물 철도 요금을 30% 인상했고, 전력·난방 보조금 축소와 함께 2026년까지 단계적 비용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운영사들이 재정 적자를 벗어나는 길은 단위 수익을 단위 비용보다 높게 유지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정책 우선순위는 물량 확대가 아니라, 톤-킬로미터 수익률, 정시율, 자산 회전율 같은 지표를 표준화하고 자금 집행을 이에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CKU 철도의 전환점, 차관에서 합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일대일로의 상징이 ‘국가 차관’이었다면, 앞으로는 ‘복합 금융 구조’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대표 사례가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3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China–Kyrgyzstan–Uzbekistan, CKU)이다. 이 사업은 2023년부터 합작회사 형태로 추진되었으며, 중국이 51%,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24.5%의 지분을 보유한다. 단순히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과 지배 구조를 공유하는 구조다. 완공되면 상하이에서 유럽까지의 운송 시간이 약 10일로 단축돼 기존 육상 경로(20일)나 해상 운송(45~60일)보다 빠른 연결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키르기스스탄의 대외 부채 비중(단위: %)
주: 중국 수출입 은행(회색), 기타 채권자(갈색)

수익성의 현실

500km 구간에서 연간 1,200만 톤을 운송한다고 가정할 때, 이는 중간 회랑의 중기 목표와 일치한다. 이 경우 연간 물동량은 약 60억~80억 톤-킬로미터다. 여기에 톤-킬로미터당 운임을 0.03~0.04달러(약 40~54원)를 적용하면 총매출은 1억8,000만~3억2,000만 달러(약 2,400억~4,300억원) 규모다. 운영비가 매출의 85~95%에 이르면 영업이익은 900만~4,800만 달러(약 120억~650억원) 수준에 머문다. 반면 CKU 철도 건설에는 약 47억 달러(약 6조3,0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 저리 자금이나 규제 기반의 요금 조정 없이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정책적 과제는 분명하다. 환적 과정과 지연 시간을 줄여 자산 활용 효율을 높이고, 현금흐름을 별도로 관리해 정치적 간섭 없이 요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사업의 성패는 물리적 시설 규모가 아니라 운영 효율성과 규제 체계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

지속 가능한 회랑을 위한 KPI 전략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회랑은 여전히 전략적 가치가 크다. 러시아를 우회하는 통로를 제공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정상회담이 아니라 현장의 운영 관리에서 좌우된다. 신뢰를 확보하려면 핵심 성과지표(KPI)를 제도화해 정시율, 체선 시간, 요금 인상률, 수익 공유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보조금은 서비스 개혁과 연계돼야 하며, 정책 대출은 요금 전환과 사회적 보호 장치를 함께 담보해야 한다. 부채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중국의 다자간 채무 조정 참여를 활용해 유지보수 예산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무 건전성이 핵심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회랑의 미래는 더 이상 건설 규모나 정치적 수사에 달려 있지 않다. 핵심은 안정적인 재무 성과다. 물동량 증가와 제도 개혁, 다양한 자금 조달이 진전을 이끌고 있지만,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협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은 초기의 차관 중심·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 운영 안정성을 중시하는 공동투자 모델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도 요금 개혁과 제도 정비를 병행하며 이에 발맞추고 있다. 회랑이 지속 가능해지는 조건은 분명하다. 자산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을 때만 협력이 유지되고 동맹도 굳건해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Grand Gestures to the Profit Test: How China’s Friendlier BRI Can Work in Central Asia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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