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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 84㎡ 19.34%· 59㎡ 23.87% 폭등 잔금 납부·입주 난항 겪는 집주인 늘어 내달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되면 집값 상승세 꺾인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는 물론, 전용면적 59㎡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과열된 서울 분양 시장
13일 분양 평가 전문 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5월 전국 민간 분양 아파트 공급 물량은 총 5,690가구로 전년 동기(1만4,938가구) 대비 61.9% 감소했다. 지역별 공급 물량을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서는 공급이 전무했다. 이에 반해 서울에서는 전년 동기(478가구) 대비 269% 급증한 1,766가구가 공급됐다. 이는 5월 기준 2020년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에서도 2,247가구에 달하는 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청약 인기 지역에 대거 편중된 것이다.
인기 지역의 분양가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전용 59㎡ 소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5월 9억9,565만원에서 올해 5월 12억3,332만원으로 23.87% 폭등했다. 한 해 사이에 분양가가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분양가는 4억8,473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2% 상승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기준 해당 면적의 전국 평균 분양가는 6억6,056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9%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서울 평균 분양가는 16억1,668만원으로 같은 기간 19.34% 치솟았다. 인접 지역인 경기의 평균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5억8,074만원, 전용 84㎡ 기준 8억3,18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대다.
아파트 입주율 '하향곡선'
분양가 부담이 가중되며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지난달 15∼25일 주택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5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7.2%로 전월 대비 6.5%p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입주율은 81.7%로 전월보다 1.8%p 하락했다. 인천·경기권은 1.3%p(79.7%→81.0%) 상승했고, 서울은 7.9%p(91.0%→83.1%) 떨어졌다.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의 입주율 하락 폭이 특히 컸던 셈이다.
입주율이 하락한 핵심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34.0%)이 꼽혔다. 부동산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택 매입 수요가 사그라들며 거래가 말라붙은 것이다. 잔금 대출 미확보(28.0%) 역시 미입주 증가세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분양가가 뛰어오르자, 충분한 대출 한도를 확보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잔금 납부·입주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높아지는 대출 문턱, 부동산 시장 영향은
가파른 집값 상승세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계산할 때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원리금 상환액을 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는 DSR 산정 시 미래 금리 상승 위험을 반영해 가산하는 금리를 일컫는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전 업권의 DSR이 적용되는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되며, 스트레스 금리는 1.50%로 확정됐다. 단 지방(서울, 경기, 인천 외 모든 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2단계 스트레스 금리(0.75%)가 적용된다. 사실상 오는 7월에는 수도권의 스트레스 금리만 1.20%에서 1.50%로 상승하는 셈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할 때만 스트레스 금리가 부과된다.
DSR 규제 강화는 차주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를 낸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수도권 차주가 있다고 가정하면, 해당 차주의 대출 한도(변동형·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금리 연 4.2% 기준)는 기존 3억원에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2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약 3%) 감소한다. 같은 조건하에 차주의 연소득이 1억원일 경우, 한도는 기존 5억9,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대출 문턱이 높아질 시, 수도권의 전반적인 주택 매입 수요는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고평가된 서울 부동산 자산들의 가격이 재조정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