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美 ICT, ASEAN 회원국 4곳에 태양광 관세 폭탄 현지 태양광 기업들이 관세 부과 요청해 中 기업들, 우회 수출 줄이고 美 현지 생산 체계 구축

미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4개 회원국의 태양전지와 패널에 고율 관세를 매긴다. 중국의 무분별한 우회 수출로 인해 미국 현지 태양광 시장 내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무역 장벽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美 '동남아 태양광' 견제 본격화
10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산 태양전지와 패널에 최대 3,5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관세는 국가별로 차등 적용된다. 태국의 태양광 패널 및 셀에 대한 관세는 375%~972% 선에서 책정됐다. 베트남의 관세는 120%~813%, 말레이시아의 관세는 14%~250% 수준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은 곳은 중국의 동맹국인 캄보디아다. 캄보디아산 태양전지 및 패널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는 최저 650%에서 최고 3,500%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는 캄보디아 생산자들이 미국 조사관들에게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캄보디아의 관세를 높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캄보디아 일부 태양광 업체는 미국의 반덤핑 조사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지 기업들의 불만
미국이 동남아시아산 태양전지 및 패널에 제재를 가한 배경에는 현지 기업들의 강력한 청원이 있다. 지난해 한화큐셀 USA, 미국 최대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 등 7개 업체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 동맹 위원회(American Alliance for Solar Manufacturing Trade Committee)'는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제품이 생산 원가 수준 이하에서 생산된 덤핑 제품이라며 정부 당국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 동맹 위원회는 동남아에서 태양광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에서 태양광 제품을 만들어 우회 수출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남아에 공장을 둔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의 태양광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과잉 공급돼 제품 가격이 급락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에 둥지를 튼 태양광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들을 경계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동남아산 태양광 패널과 태양전지의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제품의 약 80%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4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활로 모색 나선 中 기업들
미국 태양광 업체들의 견제가 심화하자,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동남아 의존도를 속속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해 룽지그린에너지는 베트남에서 5개 생산 라인의 가동을 정지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생산량을 축소했다. 무역 정책의 변화를 고려해 일부 공장의 생산 계획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해 트리나솔라도 동남아 지역 내 생산량을 제한했으며, 징코솔라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폐쇄했다.
동남아 지역 생산을 축소한 이들 기업은 새로운 생산 기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 우드 맥킨지의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 연구 책임자인 야나 흐리쉬코는 지난해 “중국 기업들은 태양광 셀 라인을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혹은 중동으로 옮기는 분위기”라며 “일부 업체들은 이전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관세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책정될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 현지 생산 체계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룽지그린에너지가 미국 인벤너지와 세운 합작 기업 일루미네이트는 오하이오주에서 5GW(기가와트) 규모의 패널 조립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1,000명 이상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매년 900만 개의 태양광 패널을 생산한다. 트리나솔라 역시 텍사스주에 5GW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내년 안에 미국 땅에서 연간 최소 20GW 상당의 태양광 패널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시장의 약 절반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