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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일본, 줄어드는 인구와 정체된 인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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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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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감하는 출생아 수와 장기화된 생산성 부진
연공서열 인사 체계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이민 확대와 DEI를 결합한 구조적 대응 필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한때 제조업 강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지금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라는 이중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생산가능인구는 해마다 수십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노동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전환은 여전히 더디다. 문제는 단순한 인구 축소가 아니다. 줄어든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위협이다.

사진=ChatGPT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

일본은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노동 생산성 정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출생아 수는 72만 명으로, 9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합계출산율은 1.20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한 세대가 다음 세대의 절반 이하로 축소되는 수준이다.

2020–2024년 일본 출생아 수(단위: 명)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동 생산성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3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0달러로, OECD 38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58.1% 수준에 불과하며, 양국 간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2023년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단위: 달러)
주: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좌측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 왔지만, 고령화가 심화된 지금, 이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일본인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607시간으로, 독일보다 250시간 이상 길다. 그러나 고령 노동자의 건강 부담과 젊은 세대의 글로벌 기업 선호는 기존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명의 퇴직은 단순한 노동시간 손실을 넘어, 장시간 근무에 의존해 운영되던 기업 시스템 전체에 균열을 일으킨다.

생산성을 가로막는 연공서열 구조

일본의 생산성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다. 이 제도는 1960년대에 정착된 이후, '처음에는 낮은 임금을 받고 오래 일하면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는다'라는 전제 아래 유지돼 왔다. 당시에는 인구가 많고, 장기 고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기에 성립할 수 있었던 모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전제가 무너졌다. 젊은 인구는 줄고 있고,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겠다는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 기업은 여전히 근속연수와 충성도를 중심으로 임금과 승진을 결정한다. 평가 기준은 불투명하며, 실력보다는 조직 내 체류 기간이 우선시되는 구조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유능한 외부 인재의 유입과 정착이 어렵다. 실제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2026년부터 연공서열 임금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 조치가 이례적이라 평가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만큼 이 구조는 일본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려 있으며,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연공서열제를 능력 기반 임금 체계로 바꿀 경우 서비스업 생산성이 5년 내 최대 15% 상승할 수 있다.

구조없이 이민만 늘리면 반복되는 실패

출산율 하락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는 일본이 더 이상 이민 확대를 선택지로만 둘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노동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잠재적 이민자에 대한 보다 개방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른 일본에 이민은 현실적인 대응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이민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폐쇄적인 인사 구조와 연공서열 중심 시스템은 외국인 인재의 유입과 정착, 경력 개발을 가로막고 있으며, 노동력 확보 효과도 제한하고 있다.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유입된 인재가 조직 내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를 함께 바꾸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정책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력의 다양성과 이동성을 전제로 한 인사 시스템 없이는, 이민 확대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외국인, 여성, 경력 단절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실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민은 시작점이고, DEI 정책은 그것이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경험은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다양한 산업에서 이민자와 난민이 중요한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시장 통합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특히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이민 정책이 자유화되면서 인구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통합 제도와 고용 연계 장치가 충분하지 않아 전체 고용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5년 이후 급증한 난민 유입 이후에는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고용 성과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 단기적으로는 인력난을 메웠지만, 장기적인 고용 안정성과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일본이 이민 정책을 확대하더라도, 제도적 통합 없이 단순히 인력만 유입된다면 같은 한계를 반복할 수 있다.

인구와 구조,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

출산율 하락, 노동력 축소, 생산성 정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민 확대나 출산 장려 같은 대응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수적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확보된 인력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와 구조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일본은 인구 감소와 인사 구조 개편을 분리된 과제로 다뤄왔지만, 지금은 두 문제를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인구와 구조는 어느 하나만으로 지속 가능한 회복을 이끌 수 없다. 상호 보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수적 확장이나 형식적 제도 도입이 아니라, 인적 자본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 그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일본 경제의 다음 단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쿠미코 네모토(Kumiko Nemoto) 센슈대학교(Senshu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원문기사는 Japan needs diversity amid demographic declin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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