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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허위 정보 ‘피해 확산’ 글로벌 피해 규모, 연간 ‘106조 원’ 허위 정보 단속, 언론 자유와 “충돌 없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온라인에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일은 거짓을 바로잡는 것보다 훨씬 쉽다. 거짓은 진실보다 확산 속도도 빠르고 범위도 넓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및 해산물 관련 허위 정보로 직접적 경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검열이나 감시를 피해 단속을 하자니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생성 허위 정보, 글로벌 ‘위험 요인’
허위 사실 유포는 세계적 문제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AI가 생성하는 허위 정보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위험 요소로 꼽았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오키나와 선거에서 언론사 행세를 하는 가짜 여론조사 결과가 메시징 앱을 통해 돌아다녔고 작년 1월 지진 때는 외국인 약탈자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허위 사실 유포가 인터넷 때문에 생긴 것도 물론 아니다. 과거에도 프랑스에서는 혁명 전 왕실을 비방하는 팸플릿이 돌았고 러시아 제국은 날조된 반유대주의 문서를 배포해 소요를 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을 통한 거짓말의 확산은 구성원의 사회에 대한 신뢰를 급속도로 떨어뜨린다. 일본의 40세 이하 국민의 70%가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불신이 깊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는 거짓말 하나만 입소문을 타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고 사회 불안정을 가져오며 민주주의 제도의 정당성에까지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가짜 뉴스로 인한 글로벌 피해, 연간 106조 원
경제적 피해도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로 인한 글로벌 피해 규모가 연간 780억 달러(약 10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도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5,200억 엔(약 4조9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중국이 방사능 오염 관련 허위 사실에 근거해 일본 해산물 수입을 금지했을 때는 일본 어업 협동조합이 단 6개월간 입은 피해가 200억 엔(약 1,876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니만큼 알고리즘으로 자동 배분되는 광고도 문제다. 의도치 않게 거액의 광고 예산이 허위 정보 사이트에 배분되고 있는데 일본 산업계에서만 200억 엔(약 1,876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주: 전반적 경제 피해, 총선 재실시 비용, 해산물 수출 피해, 허위 사실 5% 감소에 따른 경제 효과 예측(좌측부터)
정부 직접 단속권 부여 시 ‘언론 자유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해 싱가포르의 접근방식을 눈여겨보는 일본 정책 당국도 있는 듯하다. 싱가포르는 온라인 허위 및 조작 방지법(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Act, POFMA)을 통해 정부가 온라인 허위 사실을 신속히 바로잡고 삭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해당 법이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자유를 억누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본처럼 헌법에 따라 언론의 자유가 강력히 보호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식 규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법적, 문화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본은 선별적이고 다층적인 접근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조치는 8백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들에 한해 선거 및 재해 기간 다수가 공유한 정치 이슈와 허위 사실 유포 시도 등을 실시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허위 정보 생성 및 확대 현황을 연 단위로 감사할 필요도 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실시한 허위 사실 피해 방지 캠페인(STOP風評被害 campaign)을 참고해 사실 발견 즉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대응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허위로 밝혀진 정보에 붙은 광고에 1%의 과징금만 부과해도 연간 55억 엔(약 516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해당 예산을 정보 확인 노력과 신뢰성 있는 정보를 추구하는 플랫폼에 대한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폭력을 조장하는 온라인상 발언에 대해서는 피해 방지를 위해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48시간 내에 법원이 필요한 절차를 거쳐 삭제 명령을 내리도록 할 필요도 있다.
다각적 노력과 국민 참여 필요
일본에서 허위 정보의 5%만 줄여도 연간 260억 엔(약 2,439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산물 관련한 온라인 거짓말의 25%만 줄어도 알고리즘 감사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위 정보에 할당되는 광고를 신뢰성 있는 기사에 재배정한다면 탐사 보도 영역을 되살릴 수도 있다.
교육 차원의 대응도 필수적이다. 현재 일본 청소년의 27%만이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 청소년들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미디어 이해력(media literacy)을 교과 과정에 포함한 핀란드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청소년들의 허위 정보 감별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물론 투명성 강화를 위한 도구와 알고리즘 감사, 국민의 참여가 거짓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허위 사실의 유포를 막고 피해를 줄이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거짓을 막는 일에는 훨씬 더 많은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원문의 저자는 쿠와하라 쿄코(Kyoko Kuwahara) 일본국제문제연구소(Japan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 must reboot its disinformation defence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