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시위인가 반란인가’ LA 폭동,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불러온 역습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연방정부-주정부 권한 충돌 본격화
“1992년 LA 폭동 이후 최악의 상황”
반이민 정책이 사회 불만 기폭제로
6월 7일부터 경계 태세에 있던 미 북부사령부 제1 해병사단 제7 연대 대원들이 9일 LA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미 북부사령부

미국 LA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가 일부 시위대의 무장, 멕시코 국기 등장, 시민 피격 등으로 격화하며 사실상 폭동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반란”이라 규정하며 진압군 투입을 공식화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와는 대응 방식에서 극단적인 입장차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강경 반이민 정책에 대한 사회적 반발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미국 내 수많은 불법체류자는 물론 저임금 노동시장 전반의 분노 또한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내란이다” vs. “인권 보장” 극한 대립

9일(이하 현지시각) 미 북부사령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 대대를 활성화했다”며 “제1 해병사단 산하 제7 해병연대 제2 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은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타이틀10’과 통합해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틀10은 대통령이 주(州) 정부의 요청이 없더라도 방위군이나 연방 병력을 주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연방 법에 따라 별도 조직된 병력을 의미한다.

북부사령부의 발표가 있기 불과 두 시간여 전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를 보낼 계획이냐는 자국 매체의 질문에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위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매우 안 좋게 전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력 투입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 놓으면서도, 그 시점은 후일로 미뤄둔 셈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계획을 앞당긴 데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와의 충돌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지시했고, 특히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은 체포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반면 뉴섬 주지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시위대를 통제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극심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를 “법과 질서를 방기한 인물”로 지목하는 등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은 미국 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충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연방 차원에서는 질서 회복을 위해 군 투입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주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는 과정에 경찰력 사용 최소화에 방점을 두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국가적 안보 위협이나 마찬가지며, 뉴섬 주지사의 대응은 헌법 위반에 가까운 방임이다. 그러나 뉴섬 주지사 측은 연방정부의 개입을 ‘정치적 쇼’로 치부하며 자치권 침해라는 반발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국기 등장, 공공질서 마비 수준

지난 6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도 높은 불법 체류자 단속에 반발하며 시작된 이번 LA 시위는 단순한 거리 행진이나 구호 외침을 넘어 현장을 목격한 이들조차 “폭동”이라 부를 만큼 격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거리에 등장했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방위군 300명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보이며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이어 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진압 발언 이후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전개되며 연방 정부 측에서 ‘내란진압법’ 발동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1807년 제정된 미국의 내란진압법은 대통령이 내란이나 시민 소요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주정부의 실패이자 국가비상사태로도 해석된다. 해당 법이 마지막으로 발동된 것은 1992년 흑인 청년 폭행 피해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LA 폭동이다. 당시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으로 대대적인 진압이 이뤄졌으며, 투입된 병력은 약 4,000명에 이른다.

이번 사태가 지금까지의 반정부 시위와 달리 강한 상징성을 지닌 이유는 시위대가 흔든 깃발이 성조기가 아닌 멕시코 국기였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반정부 메시지를 넘어 미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정치적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미국 영토 내에서 외국 국기를 흔드는 장면은 보수 진영의 격렬한 반발을 자극했고, ‘미국인이 아닌 이들이 미국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인식 또한 급속히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가리켜 반란이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이민 정책 직접적 반작용으로 시위 확대

이처럼 점점 격화하는 LA 폭동의 근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추진해 온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국경 장벽 건설부터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까지 전방위적인 억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단속 대상을 흉악범에서 취업 비자가 없는 노동자들까지 대폭 확대하며 “역사상 본 적 없는 수준의 직장 단속을 보게 될 것”이라는 톰 호먼 국경 문제 총책임자의 발언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민자 집단 전체를 향한 혐오 정서와 차별 기조가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 여파가 시간이 흐르며 응축되다가 폭동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위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비시민권자이거나, 불법체류자 가족을 둔 사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단속이 이들을 미국 사회 내 ‘2등 시민’으로 몰아붙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정체성의 박탈감과 생존 위협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게 시위대의 일관된 목소리다.

미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주자 커뮤니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많은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시장 종사자들 또한 이민자 단속으로 인한 인력난과 운영 차질을 호소 중이다. 골드만삭스에 의하면 2023년 기준 미국 노동자 1억7,000만 명 중 약 4%가 취업 비자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다. 이들은 대부분 건설 현장이나 농장 등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산업 생태계의 주변부를 떠받쳐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폭동이 단순히 거리의 충돌을 넘어 공동체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