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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방 경기 침체의 그림자, 임금 체불 늘자 곳곳서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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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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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임금 체불 시위 확산
21개 지역·60건 이상, 공장 방화까지
건설 현장·학교·병원 등 전방위 확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곳곳에서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로 문을 닫는 지방 공장이 늘자 해고된 노동자들이 시위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쓰촨성 방직공장 직원, 공장에 방화

25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핑산현에 있는 한 방직공장 직원인 원모(27)씨는 800위안(약 15만원)의 월급을 받지 못하자 공장에 불을 질렀다. 해당 방화로 인한 화재가 37시간 동안 계속되면서 수천만 위안의 재산 피해를 낳았고, 온라인에서는 노동권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원씨는 공장에 불을 지르기 직전 미지급 임금을 놓고 고용주와 격렬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재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병든 어머니를 위해 돈이 급히 필요했던 원씨는 방화와 같은 극단적 방법 말고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단이 없었다”며 그의 처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800위안을 받지 못해 방화를 저지른 원씨를 ‘800형’이라고 부르며 앞으로 ‘800위안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글도 다수다.

이밖에도 지난 19일에는 중국철도제7그룹이 공사를 맡은 양신고속도로 토목공사 현장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으며, 광시성 난닝시에서는 지난 16일부터 광시 송변전건설회사 건물 앞에서 건설 노동자 32명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사·의료진도 월급 밀려 불만 고조

RF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5월 21일까지 중국 21개 성과 지방자치단체, 인도네시아 내 중국 건설 현장 등에서 임금 관련 시위와 파업이 60건 넘게 일어났다. 자동차, 건설, 전자, 의류, 교육, 의료 등 여러 업종에서 노동자 수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월급을 전부 받지 못했다", "기본급만 받고 복지비는 받지 못했다"는 등의 사정을 호소했다.

임금 체불 시위는 건설 현장, 전자·장난감 공장, 학교, 병원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과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피해를 봤지만 최근에는 판매직을 비롯해 교사, 간호사 등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가전제품 서비스 업체에서는 직원들이 밀린 임금을 요구하며 9시간 농성을 벌였고, 산둥성 짜오좡시의 계약직 교사들은 6개월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쑤성의 한 공립병원 간호사는 "한 달 월급이 1,300위안(약 24만7900원)인데, 4개월째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방 경기 침체·기업 경영난이 원인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임금 체불이 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구이저우대학교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A씨는 "높은 지방 부채와 중앙 정부의 긴축은 지역 재정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일선 근로자와 계약직 근로자"라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중국 경제 성장 엔진 중 하나로서 중앙 정부가 부채를 지는 것을 꺼리면서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자본의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인프라, 기술 등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에 의존하고 있다. LGFV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는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만드는 특수법인으로, LGFV가 조달한 자금은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린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외딴 지역에서 고속도로·교량 건설을 추진한 구이저우성처럼 고위험, 저수익 투자가 많았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3년 넘게 지속되면서 LGFV의 부채 부담이 갈수록 커졌고 이는 정부 재정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4조7,000억 위안(약 8,800조원)이다. 하지만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LGFV의 그림자 부채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말 기준 LGVF의 부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7.6% 수준인 60조 위안(약 1경1,80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해 5년에 걸쳐 2,00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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