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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프로젝트’ 재추진 우주서 요격하는 차세대 방어체계 전문가들 “수조 달러 들 수도”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주 기술을 활용해 중국 등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는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Golden Dome)을 임기 중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소 냉전기였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이른바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재추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천문학적인 사업비용 등으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중·러 위협 대비, 244조 투입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발표 행사에서 골든돔의 설계를 결정했다면서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면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든돔에 대해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할 것”이라며 “골든돔 건설이 완성되면 지구 반대편과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골든돔 건설 전체 비용이 1,750억 달러(약 244조원)에 이를 것이며, 이 가운데 250억 달러(약 35조원)는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예산 및 감세 관련 트럼프 대통령 기조를 반영한 포괄적 법안)에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골든돔이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물론 더 정교해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능력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서 발사된 미사일까지도 요격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공체계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를 미국에 구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지상 레이더로는 탐지가 어려운 신형 미사일을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 센서로 추적하고 우주 공간에 배치된 요격기를 통해 상승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타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돼 레이건 전 대통령 시기였던 1983년 수립됐던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소련의 핵무기를 요격한다는 내용으로 스타워즈 프로젝트로도 불렸던 전략방위구상은 당시 기술의 한계와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채 1993년 공식 폐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 시작한 과업,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일을 진정으로 완수할 것”이라면서 골든돔이 전략방위구상의 연장선에 있음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집권 1기에도 ‘우주군’을 창설했다. 아이언돔을 본뜬 골든돔 구현 의지도 줄곧 밝혀왔다. 아이언돔은 이란과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대규모 미사일 및 로켓 공습 때 이를 대부분 막아내며 효과를 입증했다.
골든돔은 지상뿐 아니라 우주에도 무기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아이언돔의 확장판으로 여겨진다. 지상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운 신형 미사일까지 우주 공간에 배치된 요격기로 타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백 개의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 센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이 실시간 위협 탐지 및 대응에 활용된다.
천문학적 비용·기술 완성도 등 우려
다만 전문가들은 비용,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골든돔이 배치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우주에서의 미사일 요격 기술과 고에너지 레이저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해 쏘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데만 각각 최소 수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아이언돔은 대부분 유도 기능이 없고 속도가 느린 단거리 미사일의 요격에 활용돼 왔다. 반면 골든돔은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해야 하고,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요격해야 하는 만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에 투입될 비용을 1,750억 달러로 추산했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수천억 달러에서 최대 수조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처(CBO)도 우주 기반 요격체계 구축을 위해 향후 20년간 5,420억 달러(약 760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전략방위구상이 폐기된 지 3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골든돔을 현실화시키기에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목표물이 비행 중일 때 우주에서 이를 요격하는 기술, 고(高)에너지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해 쏘는 기술 등 개발하려면 여러 해가 필요한 기술들이 남아 있어서다. 여기에 골든돔 사업 중 많은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수주할 가능성이 커 적절성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