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위례과천선 패싱 노선 채택 위례신사선은 무산 우려 주민들 "정부가 분양사기"

2기 신도시인 위례 집값이 교통사업 표류와 맞물려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1조원 넘는 분담금까지 냈지만, 진척을 내지 못하던 위례신사선이 아예 무산될 위기라는 우려에 주민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달 만에 집값 1억 '뚝'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하남시 학암동이 섞인 위례신도시 집값은 최근 내림세를 보였다. 하남시 학암동 '위례신도시신안인스빌아스트로'는 이달 전용 96㎡가 14억9,000만원(21층)에 매각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달 15억4,500만원(10층)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5,500만원이나 떨어졌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더힐55' 전용 85㎡는 지난달 12억1,500만원(6층)에 팔렸다. 지난 3월 13억원(6층)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51㎡도 한 달 만에 1억원 내린 10억4,500만원(1층)에 손바뀜됐다. 일각에선 "집값이 내리더라도 팔리면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속한 위례신도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대부분 거래가 끊긴 탓이다.

위례·신사선 결국 민투사업 '지정 취소'
'준강남' 입지로 인기를 얻었던 위례신도시 집값이 급전직하한 배경에는 17년째 표류 중인 교통사업이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분양 당시 1조6,800억원에 달하는 광역교통분담금을 납부했지만, 위례를 관통할 예정이던 송파~대공원 급행철도(현 위례과천선)는 최근 위례를 패싱(passing)하는 노선이 채택됐고, 송파~용산 급행철도(현 위례신사선)는 아예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공개한 노선도에 따르면 위례과천선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을 기점으로 삼았다. 위례 중심지를 경유하기는커녕 위례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창곡동이나 학암동에 속한 위례 주민들이 복정역을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으로 20분 이상 이동해야만 한다.
위례신사선의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경기 성남·하남 일대의 위례 신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로, 서울시는 2008년부터 민간투자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2013년 위례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약 3,100억원의 광역교통시설 분담금까지 냈고 2019년 5월 위례신사선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이 번번이 발을 빼면서 경전철 건설이 난항을 겪어왔다. 삼성물산이 2016년 손을 뗀 데 이어 2020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도 사업에서 물러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제3자 제안공고를 냈으나, 사업자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지정취소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위례신사선을 재정투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위례신사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처분취소' 소송, 주민 '집단행동' 예고도
이에 일부 시민단체에선 서울시가 행정 과실로 위례신사선 유찰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민자사업 해지 과정에서 절차적·법적 정당성을 결여해, 주민들에게 경제적 손실과 교통 불편을 안겼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소송전에 나선 상태다. 위례신도시시민연합(위시연)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행정법원에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해지신청 처분 취소' 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위시연은 민투심을 앞두고 민자 해지 의결을 정지하는 행정심판과 소송에 나선 바 있다. 민투심 의결이 확정적이란 판단에 이를 미리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민투심이 열리지 않아 행정처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행정심판은 각하됐다. 이후 12일 민투심에서 민자 해지에 대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자, 위시연은 해당 내용까지 추가해 취소 소송을 재개한 상황이다. 위시연은 소장에서 "서울시의 (민자사업 지정해지) 처분은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계획된 위례신사선 건설 사업을 무효화하고, 주민 의견 수렴이나 실질적인 대체 교통 대책 없이 강행됐다"며 "서울시의 처분이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했으며, 행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시는 행정절차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져버렸고, 주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장기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행정절차법 제21조·22조, 비례 원칙과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게 위시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예고됐다. 위례신도시 시민연합은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주관처인 서울시 등을 성토할 계획이다. 시민연합은 철도계획 원안 복구와 민자사업 전환에 대한 책임, 광역교통계획 이행을 위한 실질적 행동 등을 끌어내기 위해 행정소송 등의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