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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때리기' 정부 요구 불복종하자 재정 압박 가해 '면세 혜택 박탈' 앞세워 위협하기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의 연방 지원금을 재차 삭감했다. ‘진보 교육’ 바로잡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와 ‘학문 자유’ 수호에 나선 하버드대의 갈등이 나날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美 정부, 하버드대 지원금 재차 삭감
13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교육부 등 관계 부처로 구성된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는 하버드대에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 연방 지원금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 만연한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적 괴롭힘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으며, 법학 학술지에 게재할 논문을 평가할 때 인종차별을 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보조금 삭감의 실질적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대학이 벌이는 ‘이념 전쟁’이다. 최근 미 정부는 하버드, 컬럼비아, 프린스턴 등 소위 '아이비리그'로 구분되는 명문대가 반이스라엘 정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는 대학 프로그램에 녹아있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전면 폐지하라고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하지만 하버드는 이 같은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와 대학이 이념 차이로 인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보조금 취소 조치 역시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불복 의사’를 밝힌 직후 이뤄졌다.
지난달에도 22억 달러 보조금 동결
미 정부는 지난달에도 하버드대에 재정적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지난달 11일 트럼프 행정부는 자체 서한을 통해 "하버드는 최근 몇 년간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시민 권리 측면에서도 연방 자금 투자를 받을만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하버드가 연방 정부와의 재정적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이행해야 할 10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항목에는 △학생과 비전임 교수진의 권한 축소 △미국의 가치에 "적대적인" 학생 발견 시 연방 정부에 신고 △"반유대주의적 괴롭힘을 가장 많이 조장하는" 프로그램과 학과를 감사하기 위한 정부 승인을 받은 외부 기관과의 계약 체결 등이 포함됐다.
이에 같은 달 14일 하버드대는 가버 총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 정책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측의 요구가 하버드대의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시 가버 총장은 교내 커뮤니티에 보내는 글에서 "대학 측은 법률 자문을 통해 행정부에 그들이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정부는 하버드대가 거부 입장을 표명한 직후 하버드대에 수년간 지급될 22억 달러(약3조1,000억원) 규모 보조금과 6,000만 달러(약 854억원) 규모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일어난 극악무도한 반유대주의에 대해 사과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연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면세 지위 박탈하겠다" 협박
하버드대가 누리는 면세 혜택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를 박탈할 것"이라며 "그들은 당해도 싸다”고 적었다. 미국 세제 관련 법률에 따르면 하버드대와 같은 교육, 종교, 자선 목적의 비영리 기관은 다양한 부분에서 면세 혜택을 받지만, 정치 활동을 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 면세 지위를 잃을 수 있다.
같은 날 하버드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면세 혜택 취소 발언이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가버 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면세 지위 취소 방침에 대해 “이런 극적인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없는 한 매우 불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 지위는 교육기관들이 교육 사명을, 연구 대학이 연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부여되는 것”이라며 “면세 지위를 잃는다면 이 같은 임무 수행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