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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강대국 경쟁 속 지역학, 전략적 지식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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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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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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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역학 학문 격상과 국가 전략 투자
미국, 타이틀 VI 프로그램 통한 지속적 소규모 지원
전략적 필요와 학문적 자유의 균형 과제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2017년 대학 소속 연구센터 395곳과 인재 양성기지 42곳을 ‘지역학 연구 전담 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어 2022년에는 지역학(Area studies)을 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식 학문 분야로 격상했다. 이로써 안정적 예산 지원, 교수진 승진 체계, 학위 과정 정원 배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됐다. 단순한 교과목을 넘어 국가 전략에 필요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미국은 냉전 시절부터 이어져 온 ‘타이틀 VI(Title VI)’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7,500만~8,600만 달러(약 1,000억~1,100억 원)를 투입해 국가자원센터(National Resource Centers, NRC), 외국어·지역연구 장학금(Foreign Language and Area Studies Fellowships, FLAS)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한다. 규모는 중국에 비해 작지만, 장기간 이어진 지원 덕분에 희귀 언어와 지역 전문성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확장과 미국의 꾸준한 지원은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결론에 이른다. 지역학은 민간 시장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략적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단순히 자금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문적 자유를 지키면서도 국가 전략과 연결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진=ChatGPT

전략적 인프라로 전환

지역학은 특정 지역의 언어,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한때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변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는 지역학에 ‘국가 전략 기여’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대학과 정부 부처에 필요한 맞춤형 전문 지식을 공급하도록 요구했고,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대외 경제 협력 전략)와 같은 대외 전략 과제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유도했다. 학문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자원은 늘어났지만, 동시에 정치적 통제도 강화됐다. 국가는 지역학을 반도체나 조선업처럼 전략적으로 동원 가능한 역량으로 간주하며 관리하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틀 VI 프로그램은 희귀 언어와 지역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됐고, 그 논리는 시장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같다. 방위산업 예산에 비하면 소규모지만, 정부가 전략적 필요에 맞춰 학문을 제도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024년 규정 개정은 정부가 여전히 이 제도를 중요하게 관리하려 한다는 방증이다.

재정의 성격: 시장과 국가

지역학의 연구 성과는 대부분 공공재 성격을 띤다. 언어 습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연구 성과가 곧바로 상업적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기부자나 기업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반면 국가는 지역학을 통해 해외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며, 상업 외교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가치를 찾는다.

미국은 2024 회계연도에도 타이틀 VI 프로그램에 8,6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투입했고, 예산 축소로 위축됐던 학계는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같은 해 규정 변경이 센터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학계와 옹호 단체가 반발했다. 이는 지역학의 지속 여부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2023~2024년 미국의 지역·언어 연구 인프라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단위: 백만 달러)
주: 연도(X축), 지원 금액(Y축)

중국의 지원은 더 직접적이고 지시적이다. 국가유학기금위원(China Scholarship Council, CSC)의 ‘지역학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를 우선 지원하며, 연구자는 능력뿐 아니라 정치적 충성도까지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학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국유기업·지방정부가 필요할 때 곧바로 활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제도와 규모의 차이

2017년 중국 교육부는 대학 소속 연구센터 395곳과 인재 양성 기지 42곳을 집계했다. 이후 2022년에는 대학 내 지역연구 기관이 400곳을 넘어섰고, 이듬해에는 정식 학문 분야로 승격됐다. 부처와 지방정부가 따로 관리하는 만큼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학계에서는 현재 규모를 450~550개로 추정한다. 정책이 뒷받침되는 한 축소 가능성은 작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2022 회계연도에 지원을 받은 국가자원센터(NRC)는 98곳, 예산은 2,556만 달러(약 340억 원)였다. FLAS 등을 포함한 타이틀 VI 전체 지원액은 최근 7,500만~8,600만 달러(약 1,000억~1,1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할 역시 다르다. 미국의 NRC는 고급 언어 교육과 학문적 교류에 집중하지만, 중국의 센터는 당·정부 체계와 맞물려 정책 자문 거점으로 기능한다.

중국과 미국의 지역학 연구 인프라 비교
주: 중국-등록 연구센터-395개/중국-인재 양성 기지-42개/미국-국가지원센터-98개

노동시장과 진로 경로

지역학은 취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중국의 현실은 다르다. 2025년 대학 졸업생은 1,2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층 경쟁은 치열하지만, 국영기업과 국가 부문은 여전히 지역학 전공자를 필요로 한다. 정책 관련 언어와 지역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역학은 ‘비주류 전공’이 아니라 국가 부문으로 연결되는 현실적인 진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비영리·교육 부문이 주요 진로지만, 이 분야는 수익성이 낮아 민간 시장이 대체하지 못한다. 따라서 연방 지원이 줄면 곧바로 프로그램 축소와 언어 과목 폐지로 이어진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이른바 ‘정부 효율성 부처’(DOGE)가 추진한 예산 삭감 과정에서, 실제로 지역학 관련 여러 프로그램과 기관이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통제와 자율의 균형

중국 대학에서는 최근 이념 과목이 확대되고 국제 협력이 위축되며, 연구자들이 자기검열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 설문에서도 선전성 강의가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겉으로는 지역학이 성장했지만, 비판적 연구와 현지 조사가 줄어들면 지식의 깊이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면 현지 조사를 보장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허용하며, 예산 심사와 연구 통제를 분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타이틀 VI 센터는 예산 심사 때마다 정치적 압력에 흔들린다. 최근 규정 개정 논란은 정치가 학문적 평가를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을 드러냈다. 대응책은 정치적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견제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다부처 공동 재정, 평가위원회 순환제, 성과 지표 공개 등이 그 방안이다.

예상되는 반론

일각에서는 빅데이터와 번역기가 지역학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학의 강점은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제도·역사·사회적 맥락을 함께 해석하는 데 있다. 맥락 없는 데이터는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낳는다. 미국이 NRC와 FLAS를 지속 지원하고, 2024년 규정을 개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비판은 국가 재정이 학자를 선전 도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유학기금위원회와 교육부 지침을 통해 노골적인 통제를 가하지만, 미국의 타이틀 VI는 동료평가와 공적 보고를 통해 일정 수준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관건은 국가가 연구 방향을 직접 지휘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전략과 독립성의 조화

중국의 제도적 확장과 미국의 꾸준한 지원은 공통된 교훈을 준다.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을 정부가 보완할 때 지역학은 성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략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학문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조사를 보장하고, 연구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행정이 아니라 학문이 결론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지역학은 시민을 위한 공적 자원으로 자리 잡고, 불편한 결론조차 국가가 반드시 들어야 할 지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trategic Knowledge, State Purse: Why Area Studies Rise When Great Powers Expand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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