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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3천명 이상 러에 배치 미사일 및 포병 장비 등도 계속 지원 중 대러 ‘몸값 올리기’ 전략 구사 분석

북한이 올해 들어 3,000명 이상을 러시아에 추가 파병하고 미사일과 포병 장비, 탄약 등도 계속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이 공식 확인했다. 또 비무장지대(DMZ) 일대 전선 지역 작업을 최근 재개했다가 지뢰 폭발 사고가 있었고, 지난해 철거한 경의선 송전탑에 감시용 CCTV를 세운 점도 확인됐다.
북한, 올해 초 추가 파병
27일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에서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1만1,000여 명 중 약 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올해 1∼2월 약 3,000명 이상이 증원 개념으로 추가 파병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합참은 병력 외에 미사일, 포병 장비, 탄약 지원도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상당량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220여 문을 북한이 지원했으며 전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동계 훈련을 위해 일시 중단했던 전선 지역 작업은 이달 초부터 재개해 철책 보강 등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참은 밝혔다. 합참은 "며칠 전 지뢰 폭발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교대 투입 병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전선 작업 중 20여 회 지뢰 폭발을 일으켰고 올해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은 또 "군사분계선(MDL) 이북 근접작업 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군의 MDL 침범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전선지대에 병력을 투입해 지뢰를 매설하고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꾸준히 전선을 국경선화해 왔으나, 지난해 12월 말 혹한으로 인한 작업의 어려움, 동계 훈련 진행 등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하거나, DMZ 작업 중 지뢰 폭발을 일으키는 등 사건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났다.
합참은 북한의 경의선 송전탑 철거와 관련해선 "DMZ 내 11개 철거는 마무리됐으나, MDL 이북 첫 번째 송전탑은 철거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지난 2월 초 감시용 CCTV 1대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며 "아군 경계작전에 직접 위협은 되지 않으나, 작전활동이 북한군에 노출될 수도 있어 이를 유념해 경계작전 및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의 자재 반출 활동도 작년 12월부터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어 향후 건물 처리 동향에 대해 통일부 등 유관기관 연계 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점령지 재건사업에도 인력 투입 계획
북한은 러시아 재건 사업에도 북한 인력 투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 재건 사업에 약 1,000~2,000명의 인력을 선발,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숙련된 건설 노동자 및 기술자를 배치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추가 인력을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준비 작업은 노동성(내각), 국방성(군) 등의 대외 건설 관련 부서와 국가보위성 등 보위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지 파견 대상자 명단을 검토하는데 일단 군인(30%)보다는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건설 노동자와 기술 인력(70%)이 우선으로 고려되고 있다. 특히 국가보위성을 중심으로는 대상자 사상 교육 내용 점검과 더불어 파견 이후 노동자 관리 방안까지 러시아 측과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탈북 등 이탈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까지 세부 조율 중이라는 뜻이다.
북한 당국은 이미 지난해 1월 파견된 북한 인력(약 150명)이 돈바스 지역에서 주택, 학교, 상가 등 건물은 물론 도로 작업 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파견에 관한 대내외적 악재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아직 종전이나 정전 협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가 소유권 분쟁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오히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호기(好期)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선제적 조치를 감행하면서 러시아 점령지 재건 사업에 ‘우선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에 '파병 청구서' 내밀 준비
북한의 대대적 인력 공급은 최근 종전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러시아로서는 종전에 앞서 쿠르스크 영토 수복을 위한 병력 증원이 절실하다. 북한도 종전 시점에 더욱 많은 병력을 전선에 남겨야 러시아에 더 기다란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가 잦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경제대표단은 지난 17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한은 이들의 구체적인 방러 목적이나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이행 차원에서 양국 간 협력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30일 휴전안'에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와도 휴전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를 지원해 온 북한이 그 대가로 요구사항을 더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보인다. 먼저 경제 부문에선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의 금전적 보상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자원이나 기술 지원 외에 북한 입장에서 외화벌이에 더 직결되는 러시아 관광객 확대나 북한 노동자 파견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단은 또 향후 북한에 개원할 예정인 병원들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와 의료 인력 및 기술을 지원하는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지방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방발전 20X10 정책' 아래 전국 각지에 새로운 병원을 짓고 있다. 아울러 오는 10월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착공 5년 만에 완공을 선언한 평양종합병원이 개원한다. 하지만 의료와 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전문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종합병원도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의료장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이를 '청구서'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