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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입법 정체와 주민 소환’, 시끄러운 대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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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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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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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치 불만으로 ‘국회의원 소환’ 급증
여야 정쟁 도구로 활용
민주주의 수단이냐, ‘당파적 책략’ 도구냐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만 정치는 작년 총선 이후 입법 정체가 이어지고 이에 책임을 묻는 소환 투표(recall election) 요구가 급증하며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빗발치는 소환 요구는 해당 제도의 장점과 한계에 대한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주장과 정쟁의 도구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대만 국회의원 주민 소환 “급증”

소환 투표제는 선거로 임명된 공직자에 대해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만 국회의원의 경우는 선출직만 소환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지역구 내에서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진행된다.

2016년 이후 대만의 모든 소환 요구는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족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선출된 공직자가 유권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한편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모든 국회의원에게 소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비례직 빼고 선출직 국회의원만 소환 대상

대만 국회는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선출직 국회의원과 비례대표제 의원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선거에서 승리해 의석을 확보한 의원들은 소환 대상인 반면 비례직 의원은 그렇지 않다. 이는 국회 내에서 동등한 권한을 인정받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유권자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권한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작년 대만 총선은 집권 민진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이 여당 자리를 유지했으나 국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당인 국민당(Kuomintang, KMT) 역시 무소속 의원들과의 동맹에도 불구하고 과반수를 얻지 못해 대만 국회는 소수당인 대만 국민당(Taiwan People's Party, TPP)이 캐스팅 보트를 쥔 형국이 됐다.

그런데 대만 국민당 소속 국회의원 8명이 모두 비례대표로 소환 대상이 아니다. 입법 교착 상태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소환제도가 정쟁 수단으로

국회에 과반수 정당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교착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일에 점점 더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민당과 대만 국민당은 국회에 상정된 예산안 대부분을 동결하거나 삭감함으로써 집권 민진당을 좌절시키는 한편 시민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에 민진당 원내 총무인 커첸밍(Ker Chien-Ming) 의원은 입법적 방해에 대항할 수단으로 국민들의 소환 투표 발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야당은 이에 대응해 대만 국민당 대표 황궈창(Huang Kuo-Chang)이 소환 반대 운동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가운데 시위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갈등은 국회를 벗어나 거리로까지 확대된다.

대만의 국민소환제도는 지난 세월 상당한 변화를 겪었는데 헌법상의 권리임에도 절차상의 한계로 최근까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2014년에 일어난 해바라기 운동(Sunflower Movement,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 협정에 반대해 학생 및 시민 단체가 주도한 시위)이 2016년의 공직선거 및 소환법(Public Officials Election and Recall Act) 개정을 촉발해 소환 투표 발의와 의결 조건을 완화했다.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3명의 지역구 의원에 대한 소환 청원이 승인됐으며 이 중 한 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절차는 아직도 복잡한 편이나 의결까지 문턱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현재의 소환 열풍을 불렀다.

제도 개선해 ‘민주주의 강화해야’

올해 초까지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명의 국민당 의원에 대한 소환 신청을 승인했는데 아직도 절차상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소환 승인 이후 주민 서명 단계에서 소환 대상 의원에게 주민들을 접촉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해당 의원의 활동과 정책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소환 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나며 해당 제도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반대자들은 소환 선거가 국회 내 정당 간 의석수 차이가 박빙인 상황에서 정치적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수단이 아닌 당파적 책략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주민소환제도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구성 요소임이 틀림없다. 반대파의 주장대로 정치적 목적의 소환을 막기 위해 발의 조건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민주주의 문해력을 높여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만 민주주의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샹포 셰(Shangpo Hsieh) 대만 국립중앙대학교(Taiwan’s National Central University) 아시아영향측정관리연구소(Asian Institute for Impact Measurement and Management)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aiwan’s democratic uncertainty in the face of recall electio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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