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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우즈베크 현지에 인력양성센터 개소 발판·도장·전기 등 강의·실습실 조성 지역 주력산업 만성 인력난 해소 기대

우즈베키스탄에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인력난을 겪는 한국 제조업에 외국 노동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력 양성 사업이 닻을 올린 것이다. 이곳에서 양성된 기술자들은 국내 조선업계에 파견될 예정이다.
5개 직종 370명 양성, 조선업체 우선 채용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울산시는 18일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서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무사예프 베흐조드 우즈베키스탄 이민청장, 하이룰로 보조로프 페르가나 주지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개소식은 지난해 8월 울산시와 우즈베키스탄 빈곤퇴치고용부가 맺은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협약 이후 울산시와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인력 양성 사업 관련 협력 강화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내에 조선업 인력 양성 교육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 왔다. 교육센터 구축에 필요한 교육기자재는 울산시가 지원하고, HD현대중공업은 교육 과정 구성과 강사 파견을 담당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교육시설 지원과 교육 훈련생 모집을 책임지기로 했다.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는 올해 말까지 370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약 3개월에 걸쳐 10회 정도의 한국어교육 및 발판과 도장, 전기, 보온, 사상 등 5개 직종별 맞춤형 기술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센터를 수료한 인력은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지역의 조선 업체에서 우선 채용된다.
우즈베키스탄 평균임금은 30만원, 대졸 초임은 50만원 정도다. 반면 국내 조선업 협력사 초임은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3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식 비용도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우즈베크에서 한국 조선소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다.
이 때문에 훈련생으로 선발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실제 202명을 뽑는 이번 훈련생 모집 결과 1,772명이 지원해 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외 인력 송출이 경제의 한 축인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이번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 주요 인력 송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면서 인력 송출이 막히자 조선업 등 제조업 인력난을 겪는 한국이 주요 인력 송출국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추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 해결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은 ‘울산형 고용허가제’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인력난을 겪는 기업이 힘을 모아 사전에 해외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과정을 마치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한국 산업 현장에 배정됐다. 일자리 정보가 없는 탓에 작업 용어를 몰라 허둥대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이렇다 보니 일자리에 대한 실망감과 생각보다 센 노동 강도 때문에 직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공감한 고용노동부도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맞춤형 외국 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부가 훈련 수료자를 기업에 우선 알선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물론, 민간 비자 알선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저가 노동력 수입하는 선진국들
이 같은 저가 노동력 수입은 선진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이민자는 2021년 기준 미국 노동력의 18%를 차지했는데 이는 10년 전의 16%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오늘날 미국의 농장 노동자 4분의 3, 건설 및 광업 노동자의 30%가 이민자다.
영국 역시 수십 년 동안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이민자는 2020년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현시점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의 27% 이상이 외국 출신으로, 이는 2013년 14%에서 두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독일의 경우 도축장 노동자의 약 80%가 이민자로 추산된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저숙련 수입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궁극적으로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생산성 증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 증가는 부진했다.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 및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은 10년 이상 정체 상태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중소제조업체들은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하자 외국인 근로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산성은 내국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지난해에는 ‘1년 미만’의 생산성이 작년보다 더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낮은 생산성에 대한 중요한 원인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부족한 한국어능력(의사소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출신 국가(76.7%)'에 이어 ‘한국어 능력(70.4%)'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