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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 다수 제시 성장세 지지부진한 대기업 리츠, 업계 "공정위 규제 때문" 주장 과도한 유상증자·매력 부족한 자산 탓에 경쟁력 잃어

부동산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 대기업 리츠의 성장세는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이 리츠를 자금 유동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유의미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츠' 밀어주는 정부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2022년부터 잇달아 리츠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시행사가 높은 부채 부담을 안는 PF 대신 리츠를 통한 간접 투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서다. 리츠는 투자자들을 모아 개별 투자가 어려운 고가·우량 부동산에 투자한 뒤, 운용수익과 매각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투자 회사다.
지난해 11월에는 리츠의 투자 대상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과 관련 행정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리츠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투자 대상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오피스와 주택 등 전통적인 부동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 토지나 건물에 설치하는 공작물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등 부동산 금융 상품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아울러 시행령에서 열거하지 않은 자산이라도 국토부 장관이 인정하면 리츠 자산에 포함할 수 있도록 포괄 규정 신설을 신설한다.
리츠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된다. 신용평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이미 공시를 통해 공개된 자료를 행정청에 보고·제출하는 업무는 폐지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상호·본점 소재지 변경 등은 인가에서 보고 사항으로 바뀐다. 이에 더해 자산관리회사(AMC)의 대형화를 위해 합병 시 대주주가 될 수 없는 결격 기준을 기존 '벌금형'에서 자본시장법과 같은 수준인 '벌금형 5억원'으로 합리화하고, 리츠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AMC 전문 인력 등록 및 관리 업무를 리츠 협회에 위탁하도록 했다.
대기업들, 리츠 시장서 '찬밥 신세'
정부의 부동산 간접 투자 활성화 노력이 이어지며 수많은 기업이 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은 2022년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로 대다수 상장 리츠가 주가 부진에 빠졌을 당시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이들 리츠는 높은 배당 안정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현시점 대기업 리츠는 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운용사들의 회사형 리츠 운용 현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부동산 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은 40개에 달하는 회사형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2위인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SRA자산운용은 운용 중인 회사형 부동산 펀드가 없다. 10위권으로 확대해도 독립계인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은 10개 이상의 회사형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반면, 대기업 집단 계열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회사형 부동산 펀드는 3~4개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가 대기업 리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형 부동산 펀드는 법인 형태를 띤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 대상이 된다"며 "대기업 소속 운용사가 조성하는 회사형 부동산 펀드를 대기업 계열사로 간주하는 공정거래법 규제가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리츠의 근본적 문제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리츠의 부진이 '자업자득'이라는 평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리츠를 그룹의 '자금 조달 창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이상, 실질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 리츠의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 2023년 SK리츠의 유상증자 사례에서 여실히 체감할 수 있다. 당시 SK리츠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명목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유동성 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던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SK리츠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주사 SK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배정된 몫의 90%를 포기했다. 스폰서 리츠의 최대주주인 대기업이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자금 조달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투자자 반발에 유상증자 청약은 결국 미달로 마무리됐지만,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이 실권주 물량을 인수하면서 자금은 계획대로 조달됐다. 유상증자를 통해 3,061억원을 확보한 SK리츠는 이후 해당 자금을 활용해 SK하이닉스의 수처리 시설을 1조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더해 대기업이 리츠에 편입하는 부동산의 대부분이 '알짜 자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롯데리츠는 2019년 설립 초기부터 비우량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리츠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백화점과 마트고, 이마저도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작년 편입한 호텔 L7 강남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포트폴리오 탓에 롯데리츠의 배당금은 2020년 1주당 161원에서 2024년 112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주가도 6,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반토막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