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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1.8만 가구
시장 불확실성에 세금 부담 ‘이중고’
임대사업 장려, 혜택은 개인에 집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정부가 신유형 장기임대, 매입형 등록임대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각종 제도를 추진 중이지만, 매입 단계부터 12%의 취득세가 중과되는 법인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매입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더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받쳐줘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악성 미분양 17개월 연속 증가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1년 전보다 8,869가구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은 5만2,876가구로 72.8%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2만2,872가구에 달했으며, 특히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법인의 미분양 매입 및 임대사업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전문건설공제조합 강연에서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8,000가구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왜 법인이 임대사업을 하면 안 되느냐”고 법인의 임대사업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높은 세금 문턱에 선뜻 나서는 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법인 사업자가 주택 임대사업을 위해 기존 1채 외에 추가로 1채를 구입하면, 매입 가격의 12%에 해당하는 취득세가 부과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하는 경우 원시취득세의 최대 50%를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추가 구입 시 부담해야 하는 취득세 중과는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여기에 법인세(보유세) 20% 추가 과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 등을 고려하면 시장 활성화를 막는 장벽은 더욱 높아진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한 부동산 임대업체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의 경우, 주거 선호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매입 후에도 임대가 나가지 않는 등 투자 손실 위험이 큰 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중, 삼중의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임대사업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가 ‘신유형 장기 임대 서비스 도입안’을 발표하면서 취득세 12% 중과와 종부세 합산,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를 골자로 한 법인 임대사업 활성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최소 20년 이상 장기 임대하면서 서비스 규모가 100가구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비수도권 새 아파트(84㎡) 평균 분양가는 2월 말 기준 5억원 선이다. 100가구 이상을 매입하려면, 500억원 안팎의 구입 자금과 30억원가량의 취득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기 침체가 최악인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수백억원씩 지방의 미분양에 투자하겠냐”고 꼬집으며 “지방 미분양 물량을 소화해 임대로 운영하는 경우, 소규모 업체라도 취득세 중과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시장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대사업 장려 나선 당정 “법인은 대상 아냐”
이에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매입형 등록임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매입형 등록임대는 민간 임대주택 등록제도의 한 유형으로 임대사업 영위를 위해 등록한 자가 임대료 5% 상한 등 일정한 공적 의무를 지면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지금까지는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에만 매입형 등록임대가 허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미분양 아파트에 한해 매입형 등록임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역시 개인 임대사업 등록자로 그 대상이 한정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고, 종부세의 경우 합산배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70%) 적용, 양도소득세 100% 감면 등 다양한 혜택 또한 마련돼 있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에는 어떠한 세제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히지만, 그간 부자감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 온 야당에서도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생경제가 위태롭다는 데는 공감하는 만큼 타협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파격 세제 혜택에도 위험 상쇄 역부족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그 성과는 미진한 실정이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 후 5년 이상 임대 시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금액의 50%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 시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갈수록 쌓이는 미분양 물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 효과는 전무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지역건설경기 보완방안’ 역시 평가는 비슷하다. 정부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LH의 미분양 물량 매입 및 전세 운영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2010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당국의 기대와 달리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매입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가격이 낮으면 물량을 넘기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LH가 매입 예정인 3,000가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2만1,480가구의 약 14%에 불과하다.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2,674가구)의 물량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의 지적처럼 매입 가격 또한 난제다. 2008~2010년 당시 LH 미분양 주택 매입은 최초 분양가의 70% 이하에서 이뤄졌다. 다만 이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이 5만 가구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뤄진 계약으로, 지금도 이 같은 수준의 거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가격을 후하게 매기는 경우엔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LH는 지난 2022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인 서울 강북 칸타빌수유팰리스(19~24㎡) 36가구를 매입해 임대 전환한 바 있다. 당시 매입 금액은 총 79억4,95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의 85% 수준이다. 이를 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건설사도 좋고 공공주택 물량도 늘어서 좋은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혈세를 투입한다는 데서 민감한 부분”이라고 꼬집으며 “정부가 매입임대를 하려면 경매제도 등 가격을 최대한 낮춰 구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칫 국민들의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