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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중 갈등 속 동남아시아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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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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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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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작년 대미·대중 무역 ‘모두 성장’
‘등거리 전략’이 거둔 성과
미중 갈등 속 ‘약소국의 길’ 제시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지정학적 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보이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자주성을 유지한 채 서로 대치하는 두 강대국과 나란히 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할수록 아세안(ASEAN) 국가들은 경제 및 교육 분야에서 양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거리(equidistance)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ChatGPT

동남아시아, 중국·미국 향한 ‘등거리 전략’ 성과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은 올해 초 1조 7,100억 위안(약 328조원)에 달했고, 작년 미국의 투자는 2,300억 달러(약 317조원) 증가했다. 기회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간의 실용적 외교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보는 게 맞다. 장학금, 비자, 연구개발비를 놓고 미중 양쪽에서 부과되는 이념적 압박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과 교육기관들은 동남아시아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구축한 정교한 균형점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양다리 걸친다’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이제 동남아시아의 자세는 전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자주권을 지키는 가운데 능동적으로 양자 관계를 관리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등거리 원칙’은 경제, 외교 분야만이 아닌 교육 정책에도 녹아 있다.

동남아 대학교들이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연구개발 지원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작년에 체결한 48개의 양해각서들을 살펴보면 62%가 친환경 및 의료 기술에 집중돼 있는데, 이념적 편향이 통할 수 없는 분야라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양국과 협력을 추구하며 자주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작년 대중 무역 15%, 대미 무역 12% ‘동시 성장’

무역 관련 숫자가 결과를 말해 준다. 작년에 중국과의 무역이 15% 성장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규모도 12%가 증가했다. 대미 수출이 8억 6,000만 달러(약 1조1,800억원) 증가하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겼다. 중국에 맹목적으로 기울기보다 전략적 다각화를 의도적으로 추구했다는 얘기다.

아세안의 대중국 및 대미 수출 규모 추이(십억 달러)(2019~2024년)
주: 대중국 수출(짙은 청색), 대미 수출(청색)

교육 기관들도 복수 학위 제도를 도입하든, 외국어 강좌를 개설하든 그에 따른 전략적 함의와 결과를 명확히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다. 지정학적 영역 다툼은 이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학생들의 37%는 이제 싱가포르나 중국처럼 집에서 가까운 해외 대학을 선호한다고 한다. 동시에 전략적으로 설계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장학금 때문에 미국 유학도 약세로 돌아서지 않았다.

대학들도 해외 협력 ‘다각화’ 추구

대학들은 이러한 양면성을 반영하듯 ‘균형 감각’(perspective bandwith)을 교과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중국어로 사례 연구를 하고 영어로 법적 토론을 벌이게 하는 식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32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이념적 함정에 빠지지 않고 복잡한 정책적 입장을 정확히 표현하도록 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러한 균형 감각은 대학이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인도네시아 대학들은 중국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법에 명시된 지식재산권 보호를 관철시켰고, 태국 대학교들은 일방이 프로젝트 예산의 49%를 넘겨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선을 설정했다. 정부가 공급망 다각화를 추구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아세안 해외직접투자 유치 구성(십억 달러)(2020~2024년)
주: 중국 투자(짙은 청색), 미국 투자(청색), 공동투자 프로젝트 비율(%)(하늘색)

이러한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은 전 세계가 따라 할 만하다. 아세안 주도하게 ‘공정 파트너십 인증제’(Fair Partnership Seals)를 만들어 학문적 자유를 지키며 투자자 이익에도 공헌하는 대학교를 평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교육기관이 준비된 것은 아니다. 설문 대상 27개 대학 중 8개만이 해외 지원금 부족에 대비한 예비비(contingency fund)를 편성했다고 밝혀 정책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다양성’ 통해 ‘자주성’ 잃지 말아야

등거리 전략이 강력한 성장세에 있는 국가들에나 통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작년에 동남아 국가들이 참여한 일대일로(Belt and Road) 프로젝트는 2/3가 공동 투자 형태를 갖춰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었다. 아세안이 중국 전체 무역량의 16.6%를 찍는 순간에도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법적 해결을 추구함으로써 무역 관계가 항상 전략적 양보를 의미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미중 양쪽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교육 정책이 학생들을 헷갈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해당 형태의 국가 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더 강력한 시민적 참여와 다문화적 역량을 보이고 있음이 밝혀졌다.

동남아시아의 사례는 전 세계 교육기관들이 양극화된 세계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균형 감각에 입각한 다양성 추구를 통해 자주성을 잃지 않도록 거버넌스를 개혁하지 않으면 대학들도 초강대국들이 두는 ‘장기판의 말’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igh-Wire Learning: What Southeast Asia’s Grand Strategy of Equi-Distance Teaches Global Education Polic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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