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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시설 파괴된 것 맞다" 美 정부, 언론 상대로 여론전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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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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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 시설 피해에 의문 표한 기자 질타
백악관 등도 '트럼프 치켜세우기' 나서
핵 시설 피해 인정한 이란 "핵 개발은 지속할 것"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시설 공습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언론 보도를 전면에서 반박했다. 이란 핵 시설 공격을 결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정보당국 수장, 백악관 등이 일제히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란 측은 미국의 공습으로 인해 자국의 핵 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CNN 기자, 개처럼 쫓겨나야"

2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 CNN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녀는 즉각 비난받고 CNN에서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적었다. CNN이 이란의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보도를 내보내자, 공개적으로 언론사 측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CNN과 유사한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NYT)에 대해서도 "정말 나쁘고 병든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같은 날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 시설이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확인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두둔했다. 이어 "만약 이란이 (핵 역량) 재건을 택한다면 3개 핵 시설(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모두 재건해야 하며, 거기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역시 '이란의 핵 시설은 괴멸됐으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란 핵 시설 피해를 강조한 일부 기관과 인사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일례로 백악관이 공개한 이스라엘 원자력에너지위원회의 평가 보고서에는 '미국이 포르도 공격을 통해 현장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했고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수년 후퇴한 것으로 평가한다'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DIA의 초기 피해 분석

문제가 된 CNN과 NYT의 보도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피해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CNN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 CNN에 “(미국의 공습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NYT도 “해당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다섯 장 분량의 초기 보고서는 ‘이란이 핵 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포착됐다. NYT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이전에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 핵 물질의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며 “일부는 비공식 핵 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 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도 이후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 자료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으나, 평가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며 “3만 파운드짜리 폭탄 14발이 정확히 명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 알고 있으며, 그것은 전면적인 파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북한화' 조짐

이란 역시 25일 최초로 자국의 핵 시설이 미국의 공습으로 인해 유의미한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아랍권 대표 방송사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핵 시설 상태에 대한 질문에 “우리 핵 시설은 심하게 손상됐다”며 “반복적인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가) 확실하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라며 말을 아꼈고, 구체적인 타격 지점과 피해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란 측이 공습 이후로도 핵 개발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지속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사용 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NPT(핵무기 확산 금지 조약)에 따라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 권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의 이번 공습을 국제법, 외교, 윤리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제 사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미국의 이러한 불법 행위를 규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향후 NPT에서 탈퇴하고 북한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 사회의 감시에서 벗어나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체제 유지를 위한 협상 카드로 삼는 고립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란은 이번 교전을 통해 안보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 핵 개발뿐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밀한 국제 감시를 통한 외교적 해결 없이는 핵 개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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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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