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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허용” 말뿐, 관료주의에 가로막힌 희토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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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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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 부처 간 업무 충돌 등 혼란
선택적 허용, 실질적 봉쇄 효과
중국 희토류 생산업체 고사 위기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한 지 3주가 넘은 가운데, 수출 허가제를 둘러싼 관료주의 혼선과 자의적 운영으로 실제 공급은 오히려 막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희토류 수입은 76% 급감했고,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들도 중국의 선택적 허용에 반발하고 있다. 전략자산 통제를 앞세워 외교적 압박에 나선 중국은 정작 수출량 급감으로 자국 산업계의 우려를 자초한 상황이다. 이미 다수의 희토류 수입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화한 만큼 중국의 현행 수출 정책이 자충수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겉으론 “수출 재개” 실상은 ‘제한적 허가’

25일(이하 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전쟁 과정에서 사마륨과 디스프로슘 등 핵심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허가제로 변경한 후 신청서 처리 지연과 복잡한 서류 작업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 큰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자국 희토류 생산자들에게 거래량, 판매 고객의 성명 등 각종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당국의 조처에 따라 희토류 생산 기업은 매월 10일 전에 생산·보유량을 입력해야 하며, 거래를 위해선 당국에 이력 추적 코드를 신청해야 한다. 수출과 관련된 행정 요건은 한층 더 강화됐다. 수출 허가를 위해서는 품목 정보는 물론 구매자 신원, 최종 사용 목적, 물류 경로 등 민감한 정보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심지어 승인권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분산돼 있어 지역별 처리 속도에서도 차이가 불가피하다. 같은 기업이더라도 어느 성(省)에서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단 의미다.

이 같은 관료주의 병목은 기업에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규제 자체가 명확했기에 적어도 ‘어떻게 대응할지’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공급 일정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허가 지연과 정보 요구가 반복되면서 수출 타이밍을 놓치거나 납품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희토류는 공급 시점이 매우 민감한 산업재인 만큼 통관이 늦어지면서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이 파기되는 불상사도 피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는 수입 업체 입장에서도 큰 불안 요소다. 영국의 공업용 자석 업체 마그넷애플리케이션즈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최종 소비자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 업체 관계자는 “약 100만 파운드 상당의 자석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지만, 세관원들이 그것을 물리적으로 반출하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과거에도 수차례 거래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경고 발언 쏟아낸 일본·EU, ‘보복 대응’ 시사

주요 수입국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중국이 겉으로는 희토류 수출을 허용한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물류 흐름은 여전히 막혀 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 역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문이) 열렸다’는 표현이 사실상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외교적 경고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전략물자 수출을 국가가 자의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제 통상 원칙에 위배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똑같이 대응하지 않길 바란다면,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어조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본 정부 또한 “중국은 자국 공급업체를 통해 특정 노선만 허용하며, 수출 대상을 임의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차별적 배분’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산업계에 의하면 지난 5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76%가량 급감했다. 이는 단순한 수요 감소가 아니라 ‘허가 누락’ 및 ‘통관 실패’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청 절차에서 보완 요구가 반복되거나, 이유 없이 접수가 반려되는 등 정상적인 행정 프로세스라 보기 어려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단 지적이다.

이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단기적 압박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방산 등 핵심 산업의 기반 소재인 만큼,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각국의 대응 강도 역시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 EU와 일본은 통상 분쟁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자 협의 채널을 가동 중이며, 한국도 특정국 의존도에 대한 구조적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공급 줄고 수출 최저 ‘부메랑’

이처럼 전략물자 통제를 통해 국제사회를 압박하려던 중국의 시도는 오히려 글로벌 수요 이탈과 공급망 다변화를 부추기며 도리어 시장 내 입지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5월 희토류 자석 총 수출량은 1,238톤(t)에 그치며 전월 대비 약 53% 감소했다. 지난 4월(2,626t)도 3월(5,324.6t)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두 달 연속 급감세를 보인 것이다.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약 74% 급감해 전례 없는 수출 위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중심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주요국들의 시도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국은 호주·캐나다와 협력해 정제시설 투자에 나섰고, 일본 역시 비중국산 희토류 조달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U도 ‘전략자원 자립 프레임워크’에 희토류를 포함하는 등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중국산을 피하자는 차원을 넘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그러는 동안 중국 내 희토류 생산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짙어졌다. 수출 경로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내수 소비에만 의존하게 된 기업들은 가격 하락과 재고 누적, 생산 축소 등의 삼중고에 직면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당국은 ‘희토류 전주기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생산부터 운송, 거래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감시하고 있는데, 과도한 규제란 비판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생산허가 갱신 지연, 세금 혜택 보류, 환경평가 강화 등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 또한 증가세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적 무기이자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려 했던 구상은 수요국뿐 아니라 자국 산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책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수출시장과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깎아 먹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국들의 희토류 대체 기술과 신규 공급지 확보가 속도를 내면 낼수록 중국은 ‘무기화한 전략자산’의 지위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산업계와 외교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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