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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조 공백 파고드는 中, AIIB 앞세워 개발도상국 인프라 장악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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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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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IB·일대일로 연계한 '패키지형 인프라' 수출
중앙아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까지 영향력 확장
부채함정 빠진 수혜국, 종속화 논란으로 이어져

중국이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BRI)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앞세워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국제 원조 축소 속에 중국은 자국 건설사와 금융기관의 ‘패키지 수출’ 전략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자금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확장 전략이 일부 국가의 부채 의존도를 높이며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中 재무장관, AIIB에 자금 지원 확대 촉구

25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무역전쟁에 휘말린 중국이 동남아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자금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란 포안 중국 재무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정례회의에서 "세계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국제 개발 원조 기금은 감소함에 따라 제한된 공공 자원으로 제약을 받는 개발도상국들은 국경 간 연결성 투자에 대한 자금 격차에 직면하고 있다"며 "회원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개발은행으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과 연결성 향상을 위해 2016년 설립됐다. 회원국은 110개국으로 이 중 49개국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 위치한 '역내 국가'다. 특히 중국은 AIIB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국가로 26.4%의 지분(납입금 297억8,040만 달러)을 보유해, 단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비중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가입하지 않고 있어, 서구와 중국 간 금융 패권 경쟁의 상징적 기구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란 장관은 "중국은 AIIB가 더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고 국경 간 연결성 강화를 위해 추가 자원을 동원하기를 바란다"며 "역내 국가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국경을 초월해 투자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추진해 온 글로벌 인프라 네트워크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타지키스탄은 부채 상환 못 해 영토 양도해

실제로 중국은 AIIB와 일대일로 구상을 연계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건설사업을 빠르게 잠식해 왔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제시한 이후, 중국은 유라시아·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를 잇는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철도·항만·도로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중국교통건설공사(CCCC) 등 자국의 국영 건설사가 맡고, AIIB·실크로드기금 등 국책 금융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는 패키지 구조를 통해 수주와 자금 흐름을 통제했다.

중국 정부도 일대일로 정책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판단해 외교적 협력과 금융 지원을 쏟아부었고, 이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 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국영 건설사들은 빠른 시공 속도, 느슨한 환경·인권 기준, 현지화 전략, 유연한 자금 조건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서방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내 부동산 침체와 건설 수요 감소로 과잉 생산된 철강·시멘트 물량을 해외로 돌리려는 산업 조정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했다.

하지만 중국의 확장 정책은 인프라 건설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 키우는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을 낳았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례로 타키지스탄은 최근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최장 도로 교량 건설을 위해 AIIB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은 7,550만 달러로 이와 별개로 중국은 이미 타지키스탄 외채의 3분의 1(약 1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도 타지키스탄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1,158㎢에 달하는 영토를 중국에 양도한 바 있다.

이러한 구조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은 중앙아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에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중국의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60억 달러 규모의 중국·라오스 철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라오스는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대한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캄보디아는 도로·항만·신도시 개발에 중국 자금이 투입되면서 시아누크빌이 사실상 중국 중심의 경제특구로 변화했다.

지난달 29일 진리쿤 AIIB 총재가 닛케이아시아 미래포럼에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과 AIIB의 역할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AIIB 링크트인

美 트럼프 원조 축소에 中 영향력 확대 시도

이 같은 논란 속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이 국제 원조 정책이 대폭 축소되면서 개발도상국들이 전례 없는 재정 공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랜 기간 세계 최대의 원조 공여국으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보건·교육·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 미국의 해외 원조는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의 20%를 차지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담당 기관을 축소하고 상당수의 원조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의 신흥국과 저개발국은 필수 인프라 투자와 사회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경우 미국 원조가 주요 보건·교육·재난 구호 프로젝트의 핵심 재원이었으나, 2025년 이후 대규모 예산 삭감과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현지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중국은 이 같은 공백을 노리며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IB 등 개발금융을 활용해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는 동시에 아시아 파트너국과의 경제적·정치적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진리 쿤 AIIB 총재의 발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진 총재는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 아시아의 미래포럼에서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양허 자금 감소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주요 경제국들이 회원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한 AIIB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 속에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과 자유무역 체제 유지 의지가 외부 충격을 극복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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