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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러스트벨트 될라” 급진 진보 뉴욕시장 급부상에 월가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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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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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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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해도 지지율 1% 무명
무상보육·임대료 동결 등으로 반향 일으켜
“일부 기업 탈(脫) 뉴욕 고려”
24일 뉴욕 시장을 뽑기 위한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1위에 오른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사진=조란 맘다니 인스타그램

미국 뉴욕시의 차기 시장을 뽑기 위한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급진적 성격의 정치 신예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1위에 오르자 세계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충격에 빠졌다.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 아파트 임대료 동결 등 사회주의적 성격이 녹아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맘다니가 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자본주의 최전선에 서 있는 월가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서 조란 맘다니 1위 파란

2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회주의자가 뉴욕시를 운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월가가 공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맘다니는 24일 열린 선거에서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월가는 맘다니가 오는 11월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가져올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맘다니는 수백만 명의 뉴욕 시민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이 주택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저해해 공급을 줄여 결과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의 주거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버스 요금 무료화, 시간당 최저임금 30달러 등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내세우면서, 이에 대한 재원을 법인세율 인상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같은 당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 문제는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맘다니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월가의 큰손들이 맘다니의 경쟁자였던 쿠오모를 지지한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경선 기간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 댄 로엡 서드포인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등은 쿠오모에게 거액을 기부하거나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직 민주당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쿠오모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력 여론조사 기관(폴리마켓)에서 지난달 27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쿠오모의 승리 확률은 90%를 넘었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을 뒤집고 34세의 뉴욕주 의원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사진=조란 맘다니 인스타그램

'무상' 공약으로 젊은 층 사로잡아

작년 10월 맘다니가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그가 뉴욕주지사를 세 번 지낸 오모를 물리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검사 출신 루돌프 줄리아니, 거대 경제 통신사의 창립자 마이클 블룸버그 등 역대 뉴욕시장을 거쳐갔던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그는 무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맘다니는 대학 때부터 뚜렷한 진보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 대학 시절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모임’을 창립하고,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닷새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시장 선거 공약으로 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서민 주거비 동결, 부자 증세 등 급진 공약을 대거 쏟아냈다. 그는 실제로 민주당과 진보 진영 내에서 가장 강경한 진보 인사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맘다니에게는 자연스럽게 ‘제2의 샌더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가 선두권 주자로 떠오른 데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선거 전략도 한몫을 했다. 뉴욕의 맛집 등을 방문한 영상을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인기 팟캐스트에 출연하며 젊은 층을 적극 공략했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와 파격적인 공약으로 자발적 팬덤이 급증했다. 뉴욕 곳곳을 다니거나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맘다니 선거운동을 한 자원봉사자가 2만7,000명에 달했고, 2만여 명으로부터 800만 달러(약 109억원)가 넘는 선거자금을 모았다.

선거전에서 맘다니가 돌풍을 일으키자 위기를 느낀 쿠오모 진영은 그를 ‘과격한 풋내기 정치인’으로 보이게 하는 데 주력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쿠오모가 그의 팔레스타인 지지 이력을 부각시키며 “‘반(反)이스라엘 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공격하자 맘다니는 “이 땅에 반이스라엘 주의가 설 곳은 없다”며 신속히 ‘태세 전환’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투표를 앞두고 열린 토론에서 쿠오모가 맘다니의 경험 부족을 부각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일도 없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대적하기 힘들 것”이라고 날을 세우자, 맘다니는 “나는 (당신처럼) 불명예스럽게 사임한 적이 없다”며 반격했다. 쿠오모가 2021년 여직원 성추행 추문으로 사임한 사실을 거론하며 도덕성을 정면으로 파고든 것이다. 결국 쿠오모는 거물들의 지지를 업고도 맘다니 바람을 버텨내지 못했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과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 불법 이주자 체포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강경한 보수 정책에 대한 반감 등이 맞물리며 ‘맘다니 열풍’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금융사 경영진 "플로리다나 텍사스로 이전 고려 중"

하지만 뉴욕시장으로 가는 7분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 속에 그의 급진성에 대한 우려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중영합주의 성격이 강한 그의 공약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시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언론사인 뉴욕타임스(NYT)조차 “맘다니는 엘리트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도시에는 해롭다고 판명된 정책을 제시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맘다니가 시장에 취임하면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다른 주로 떠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상당수 금융사 경영진은 맘다니 시 정부에서 겪을 수 있는 세금 문제와 반이스라엘주의 확산 공포를 생각하면 회사를 옮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뉴욕시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진보 주지사들이 이끄는 주에서 고소득층과 기업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관측돼 왔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에드워드 J. 핀토(Edward J. Pinto) 수석연구원이 기고한 '미국인들은 저항을 다짐한 좌파적 주지사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다(Americans Are Fleeing Progressive Governors Vowing #Resistance)' 칼럼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구체적으로 △ 기후위기 대처 △ 총기 제한 △ 낙태의 자유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많은 미국인이 공화당 성향 주로 대거 이주하고 있다.

칼럼은 미국 국세청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 매사추세츠를 떠난 미국 내 이주자가 총 1,300만 명에 달하며 반대로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테네시,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성향 주에는 같은 기간 동안 1,300만 명의 순유입 인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칼럼은 통제 불능의 공적 연금 및 기타 지출, 비효율적인 주택 보조금 프로그램, 비효율적인 공립학교, 학교 선택의 자유 억제, 높은 범죄율, 과도한 세금, 노숙자 폭증 등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민주당의 세가 강한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부터 탈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의 극좌성향 정책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이런 추세를 돌리고 싶다면 세금 인하, 범죄 단속 강화, 규제 완화, 공적 연금 개혁, 학교 선택권 보장, 이민법 시행, 임대료 규제 폐지 등 파격적인 우파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블루 스테이트는 인구 감소, 보조금 증가, 경제 활력 저하, 빈곤 증가, 등으로 인해 영구적인 쇠퇴의 운명의 고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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