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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 꺼내든 이란,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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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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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과 충돌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검토 중"
위협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
해협 봉쇄 시 이란도 막대한 리스크 짊어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 중국, 일본 원유·LNG선들의 이동 경로/사진=marinetraffic 캡처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면서 국제 사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국제유가가 뛰어오르고,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자극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이란이 처해 있는 외교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시사

1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코사리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 의원은 지난 14일 이란 국영 IRI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충돌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연료 농축 시설과 탄도미사일·방공 기지, 군 간부 암살 등에 그쳤던 이스라엘의 공격이 전력 등 에너지 인프라 시설까지 번지자,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 주는 해역으로, 전 세계 원유 및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거쳐 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체 폭은 55㎞이지만 거대한 유조선이 지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은 곳은 10㎞ 이내이며, 이는 모두 이란의 영해다.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될 경우,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 다수의 원유 운송로가 막히게 된다.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막대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스라엘이 이란에 선제공격을 감행했던 지난 13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과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 속 한때 13%가량 폭등했다.

해협 봉쇄가 몰고 올 '후폭풍'

시장 전략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유가 범위는 배럴당 60~65달러"라며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꺾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벤 버냉키, 재닛 예런, 제롬 파월에 이르기까지 3명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게 자문을 해 온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원 역시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으로 인해 유가가 크게 상승하고 불확실성과 신뢰도가 더욱 흔들리는 상황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종종 소비자와 기업을 충격에 빠뜨리는 어떤 사건과 함께 시작된다”며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운송된다. 해협이 봉쇄되고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정유·석유화학·운송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에너지 수입 단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뛰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고물가로 국민 부담이 큰 상황에서 민생 경제가 추가적인 위협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 위협일 가능성 커

다만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 최대 석유 수출국인 중국이 불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는 석유의 약 90%는 아시아로 향하며, 이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란의 해협 봉쇄 조치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이란과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입장에서 거대한 우군인 중국을 잃는 것은 뼈아픈 리스크다.

여태껏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했으며,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면서 중동 긴장이 높아졌을 때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 삼아 각국을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해역 봉쇄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90년 걸프전 때도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되지 않았다.

해협 봉쇄 조치가 미국에 군사적 개입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2개 항모 전단이 소속된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해저 기뢰 등을 활용해 이 지역 해상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해협의 접근을 막을 경우, 사실상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상황이 된다.

다만 향후 이란이 안전을 이유로 검문을 강화하며 글로벌 물류망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물동량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는 평화와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무해 통항권 (Innocent Passage, 1958)’ 조약에도 위반되지 않는 사항이다. 과거에도 이란은 해양 환경 오염 등을 근거로 선박을 억류했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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