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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프랑스 성별 임금 격차, 시간제 없애면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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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eeks 6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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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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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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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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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아닌 노동시간 격차
전일제 확대보다 참여 유지가 관건
제도 설계로 선택권 넓혀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프랑스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 직종, 학력, 고용 기업 등을 통제하면 격차는 한 자릿수 수준이다. 그런데도 생애 소득은 여전히 30% 가까이 낮다. 임금 차별은 줄었지만, 여성은 애초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 격차를 줄이겠다며 시간제 일자리를 축소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전일제 전환으로 여성의 소득을 끌어올리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간제는 단순한 근무 형태가 아니다.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구조적 장치다. 유연성은 편의가 아니라 경력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사진=ChatGP

임금 격차의 새로운 구조

1967~1989년 프랑스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의 여성 생애 소득은 남성의 60% 수준에서 71%까지 점진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이후 그 개선 속도는 정체 상태다.

남성 대비 여성의 생애 소득 비교
주: 노동시장 진입 연도(X축), 여성/남성 생애 소득 비율(Y축)/프랑스(파란 선), 미국(주황 선)

표면적으로는 프랑스가 미국보다 양성평등이 앞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 남성은 주당 평균 39.4시간 일하지만, 여성은 31.6시간에 그친다. 첫 자녀가 태어나면 이 격차는 10시간 이상 벌어진다.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25~54세 여성의 약 32%가 시간제로 일하는 반면, 남성은 5% 수준이다. 결국 생애 소득 격차는 단순한 시급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얼마나 오래, 자주 할 수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전일제 전환의 착시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의 고용 패널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줄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함께 낮아진다. 특히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정에선 그 영향이 두 배로 커진다. 모든 시간제 근로자를 전일제로 전환할 때 노동시간은 늘어날 수 있지만, 여성 일부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생애 소득 격차는 시급, 연간 노동시간, 경력 단절 여부 등 세 요소로 나뉜다. 동일 직군 기준으로 여성은 남성 임금의 94%를 받고 있지만, 짧은 노동시간으로 14%, 경력 단절로 9%의 소득 차이가 발생한다. 시간제 여성 절반이 전일제로 전환된다면 약 30%에 달하는 생애 소득 격차 중 23%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 노동시장 이탈이 발생하면, 그 효과는 7% 수준에 그친다. 단순한 근로 시간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격차 해소가 어렵다는 뜻이다.

생애 소득 성별 격차의 요인별 분해
주: 노동시장 진입 연도(X축), 성별 소득 격차 비율(Y축)/전일제 근무 기간(초록), 시간제 근무 기간(자주), 결혼 여부(주황), 자녀 유무(보라), 고졸 미만(진회색), 고졸(파랑), 학사(하늘), 석사(연하늘), 파리 거주 기간(노랑), 설명되지 않는 격차(회색)

시간제가 높이는 생산성

시간제 일자리는 생산성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통계는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IESE 경영대학원이 유럽 1만 2,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자발적 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의 시간당 생산성은 평균 2% 이상 높았다. 숙련 인력의 이탈이 적고 결근율도 낮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유연근무제와 기업 내 임금 프리미엄 간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특히 프랑스처럼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경제에선 근로 시간보다 과업 수행과 조직 안정성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유연성을 제거하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숙련 인력도 함께 줄어든다.

유연성 없애면 발생하는 비용

시간제 고용은 기업이 수요에 따라 인건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선진국 평균 시간제 임금은 전일제보다 19.8% 낮으며, 프랑스는 약 11% 수준이다. 전일제로 일괄 전환할 때 기업은 인건비 절감 여지를 잃게 되고, 그 결과 가임기 여성 등 특정 인력을 채용에서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적 평등이 오히려 '그림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시간제를 없애기보다 고용주가 얻는 비용 절감 효과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사회보험료율을 근로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정하면, 시간제를 유지하면서도 전일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시간제의 또 다른 이유: 돌봄 인프라의 부재

시간제 일자리에는 돌봄 공백이라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프랑스는 육아 수당 등 현금성 복지는 잘 갖춰져 있지만, 국공립 보육시설은 약 11만 개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 조사기관 비즈니스쿠트(Businesscoot)는 이 공백을 해소하는 데 10억 유로면 충분하다고 추산한다. 이미 유아 복지에만 매년 150억 유로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도 크지 않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보육시설 자리가 한 곳 늘어날 때마다 여성의 무급 돌봄이 주당 28시간 유급 노동으로 전환된다. 이 중 절반만 실제 일자리로 연결돼도 전일제 강제보다 더 큰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제도가 만든 격차: 네덜란드와 독일의 사례

유럽에서 시간제 근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다. 그럼에도 성별 임금 격차는 보정 기준으로 약 10%에 그친다. 네덜란드는 짧게 일해도 연금이 비례 적립되며, 근무시간 변경 요청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세제도 부부 소득 격차를 불리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독일은 2019년 '브뤼켄차일차이트(Brückenteilzeit)'법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에게 전일제 복귀 권리를 보장했다. 시행 후 2년 만에 육아기 여성의 복귀율은 4%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늘지 않았다. 결국 시간제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제도와 인프라가 격차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유인 중심의 현실적 개혁 필요

시간제를 없애기보다는 고용주가 저임금 시간제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유인을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정 근로 시간까지는 사회보험료를 낮게 적용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면, 고용주는 시간제 대신 전일제를 선택할 유인을 갖게 된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의 직업훈련 계좌를 근무시간에 비례해 보완하고, 자발적 시간제를 원격근무 가능한 형태로 전환한 기업에는 일시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유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력 단절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남성의 참여가 바꾸는 구조

프랑스는 2021년 부성휴가를 28일로 확대했지만, 실제 사용률은 3분의 2에 못 미친다. 노르웨이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육아휴직 쿼터를 도입하고 이를 연금 혜택과 연계하면 남성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1주 더 사용할 때마다 2년 후 여성의 시간제 고용 확률이 2%포인트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여성의 시간을 늘리는 것만큼, 남성의 시간을 조정하는 일도 성평등에 중요한 변수다.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해법

프랑스는 지금 단순한 '시간 확대'가 아닌, 유연한 구조 설계를 선택할 시점에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줄이는 방식은 오히려 여성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유연성을 노동시장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제도적 불이익을 줄이면 여성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고용 인센티브 설계, 보육 인프라 확충, 디지털 접근성 강화, 연금과 휴가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격차 해소의 해법은 시간을 강제로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선택 가능한 유연성, 그 안에서 단절 없는 경력이 가능할 때 진정한 평등은 시작된다.

원문의 저자는 베르트랑 가르뱅티(Bertrand Garbinti) 프랑스 파리 국립이공학원(Institut Polytechnique de Paris) 조교수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Part-time work slows the narrowing of France’s lifetime gender earnings gap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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