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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트윗 한 줄에 출렁이는 중동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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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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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발 루머, MENA 금융시장 전역에 실시간 파급
TEPU, 7개국 주가 변동성에 영향
정보 공유는 현실,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 과제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2025년 4월 18일 오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작된 정치 루머가 몇 시간 만에 중동·북아프리카(Middle East and North Africa, MENA) 지역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정부가 또 무너질 거란다"라는 짧은 문장이 X(구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별다른 공식 발표가 없었음에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집트 EGX30 변동성 지수는 하루 만에 16% 급등했고, 카타르의 옵션 거래량은 평소의 두 배를 기록했다. 쿠웨이트 증시도 1.2% 하락했다. 레바논에서 시작된 정보가 몇 시간 만에 이웃 국가들의 시장을 흔든 셈이다. 실물은 조용했지만, 투자자들은 먼저 움직였다.

사진=ChatGPT

컨테이너보다 빠른 해시태그

이처럼 시장을 움직인 건 데이터가 아닌 정서였다. 이 정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지표가 바로 '트위터 기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TEPU)'다. 2025년 4월 18일, 이 지수는 하루 만에 224에서 578로 급등했다. 레바논 정부 붕괴설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던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TEPU는 2011년부터 2025년 초까지 축적된 약 4,100만 건의 트윗을 분석해 산출된다. '레바논', '정책', '불확실성'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을 선별하고, 중복되거나 자동 생성된 계정은 걸러낸다. 이후 단순 빈도를 기준으로 평균 100에 맞춰 표준화한 값이다. 이 지표는 단순한 감정 온도계가 아니다. 실제 시장 변동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2,700개 거래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TEPU가 표준편차 1만큼 상승할 때 이집트 EGX30의 주간 실현 변동성은 평균 0.68%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지수는 0.4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을 전파하는 시장, 흡수하는 시장

레바논 내 트위터 활성 이용자는 약 9만 명,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반응은 MENA 7개국, 시가총액 1조6,000억 달러(약 2,208조원) 규모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레바논은 역내에서 '변동성 전파국'으로 기능하고 있다.

2015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와 2020년 항구 폭발 당시, 이집트와 요르단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두 나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고, 레바논과 송금·투자 등으로 얽힌 경제적 연계도 깊어 민감하게 반응한다. 쿠웨이트와 카타르도 개방된 자본시장 구조 탓에 비슷한 시기 큰 폭의 변동성을 겪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상대적으로 충격에 강했다. 시장 규모가 크고, 외화 보유액과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 복원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항구 폭발 당시 MENA 대부분의 증시가 요동쳤지만, 사우디와 UAE의 반응은 다른 4개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튀르키예는 대체로 외부 충격에 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자국 내 정치 상황이나 글로벌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사건이라도 각국의 시장 구조와 연결성에 따라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레바논의 월별 TEPU 지수 추이 (2011년 1월~2023년 1월)
주: 시간추이(X축), TEPU 지수(Y축)/주요 충격(연립정부 붕괴, 시리아 내전, 베이루트 테러 공격, 총선 연기, 하리리 사임, 대규모 시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국가 부도 선언, 베이루트 항구 폭발, 총리 사임, 의회 과반 미달)(좌측부터)

시장 반응, 교역보다 기대 먼저

세계은행에 따르면 MENA 역내 무역은 전체 교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EU의 50%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TEPU가 보여주는 금융시장 반응은, 이 지역이 이미 '기대의 통합'을 이룬 상태임을 시사한다. 이는 MENA 증시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이 깊다. 시장 규모가 작고, 유통 주식 비율이 낮으며,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 수단도 제한적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작고, 언론 보도나 트윗 한 줄에도 투자자들이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별 TEPU 지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연결성(2014–2021년)
주: 연도(X축), 연결 지수(Y축)/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튀르키예(좌측부터)

언어는 통합, 정책은 분산

정보와 언어는 국경을 넘지만, 정책은 여전히 각국 단위로 작동한다.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처럼 제도적 조율 장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위기를 개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비용으로 이어진다. IMF는 2025년 MENA 지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역내 조율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중 단 0.2%포인트만 레바논발 충격 때문이라 해도, 피해 규모는 56억 달러(약 7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레바논 GDP 190억 달러(약 26조2천억원)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다.

빠른 경보, 빠른 대응이 관건

이제 필요한 건, 실시간 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다. 아랍통화기금(Arab Monetary Fund, AMF)이 주관하고 지역 대학들이 데이터 관리자로 참여하는 ‘MENA 불확실성 대시보드(MENA Uncertainty Dashboard)’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각국의 TEPU형 지수를 통합해 AI 기반 연결성 모델에 투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시간 리스크 지도를 시각화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운영비는 연간 200만 달러(약 27억6천만원) 미만으로, 2024년 상반기 요르단 국채 입찰에서 TEPU 급등 때마다 발생한 평균 8bp의 자본도피 프리미엄보다도 낮다. 더 나아가 지수가 일정 수준(예: 2 시그마)을 넘으면 자동으로 중앙은행 간 스와프 라인을 가동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통합의 조건은 시스템

MENA의 미래는 선언이 아닌 대응 체계에 달려 있다. 언어, 문화, 역사적 유대가 강한 만큼 정보는 이미 연결돼 있지만, 제도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시장은 같은 충격을 반복해 맞게 된다. 다음 파장은 또 하나의 해시태그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때 각국이 따로 움직인다면, 이번과 같은 충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건 실행력 있는 공동 대응 시스템이다. 정책을 맞추는 일, 그것이 MENA 통합의 다음 단계다.

원문의 저자는 숨루 알투그(Sumru Altug) 이삼 파레스 연구소(Issam Fares Institute) 연구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ncertain times in Lebanon: How policy shocks ripple through MENA market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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