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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1%” 반덤핑 관세 확정 수순, 中 철강 공세에 늦깎이 방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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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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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中스테인리스 후판 12만 톤 유입
자유무역 명분과 현실 사이 정책 공백
중국 내부도 철강 과잉 생산 구조 인식

중국산 철강의 저가 수출 공세가 수년간 이어지며 국내 철강업계가 도산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반덤핑 대응에 나섰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스테인리스 후판에 5년간 21.62%의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그간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해 미국과 EU 등 주요국이 고율 관세와 수입규제로 적응 대응한 반면, 한국은 자유무역 원칙에 묶여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심지어 중국 내부에서도 과잉 생산을 인정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나온 한국의 이번 조치는 ‘응급조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낮은 단가+물량 공세로 중국산 철강 점유율↑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61차 무역위원회(무역위)를 열고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대한 덤핑 조사를 심의·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무역위는 해당 제품의 덤핑과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확인하고, 향후 5년간 21.62%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는 올해 3월부터 21.62%의 잠정 반덤핑관세가 부과 중으로, 이번 무역위의 판정으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스테인리스 후판은 두께 4.5mm 이상의 철판으로 건설과 조선, 발전설비 등에 쓰이는 고부가 철강 제품이다. 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철강 전문기업 디케이씨는 지난해 9월 스촹, STX저팬, 베스트 윈, 장쑤 등 중국 기업 4개 사의 수출 제품에 대해 덤핑 조사를 요청했고, 이번 덤핑방지관세 부과로 이어졌다. 이에 철강업계는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과 도금·컬러강판, 특수강봉강 등 다른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 또한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번 후판 반덤핑 관세 조치로 숨통을 트이게 됐다”고 안도감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늦은 대응이었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산 후판의 저가 수입 공세가 철강 가격의 하방 압력을 키운 탓에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스테인리스 후판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 물량은 12만 톤(t)에 육박해 2023년보다 약 30% 증가했으며, 평균 수입단가 또한 t당 200~300달러 낮은 수준에 형성돼 국내산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美, EU는 고율 관세·수입 규제 다수 시행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과잉 생산된 철강재를 외국에 떠넘기기 시작했고, 이에 대응해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주요국은 선제적으로 고율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도입해 왔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최대 266%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EU 역시 수입물량 감축을 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수차례 시행했다. 정치적으로 엮인 ‘자유무역’ 기조보단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무게를 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랐다. 그간 우리 정책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준수'라는 명분 아래 오랜 시간 중국산 철강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주저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41%에 달했고, 저가 제품의 시장 침투는 중소 제조업체의 도산 위기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자유무역에만 집착한 나머지 국내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문제는 방치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미온적 태도는 시장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 정책이 부재한 사이 중국 철강업계는 한국을 무방비 시장으로 간주해 더욱 공격적인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고, 국내 수요처들마저 수입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부추겼다. 나아가 철강뿐 아니라 석유화학, 태양광 등 여타 산업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뒤늦은 관세 부과는 ‘방어적 조치’라기보다는 ‘응급처치’에 가깝다는 게 산업계 전반의 평가다.

수익성 악화에 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 박차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내부적으로도 철강 과잉 생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개를 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간 외부에서 제기되던 과잉 우려가 실제 수익성 지표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10억510만 t에 달했지만, 주요 철강 업체의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39% 급감했다. 막대한 생산량을 소화해내던 부동산·건설 부문과 자동차 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후방산업인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단 분석이다.

산업 현장의 구조조정 움직임 또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장쑤성과 허베이성 등 ‘철강 벨트’로 불리는 산업 집결지에서는 중소 제강사들의 파산 보호 신청이 속출했으며, 생산설비 폐쇄나 일시 가동 중단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지난 4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을 포함한 중장기 산업 구조 개편 지침을 발표하며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능력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탄소중립 및 에너지 집약 산업 구조조정 기조와도 맞물려 철강은 대표적인 감축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수요 침체에 대한 대응보다는 산업 정책의 전환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철강 산업은 오랜 기간 대규모 생산 중심의 양적 성장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에 따른 내외부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과잉의 비용’이 실질적 부담으로 자국 경제를 억누르고 있다는 게 중국 정책 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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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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