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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출산 장려의 한계, 돌봄 교육이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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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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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중심 복지보다 돌봄 인프라 확대에 무게
유아 교육은 투자 대비 수익률 높고 재정 지속 가능성도 확보
역량 강화 중심 사회보장으로 전환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미국의 보육료는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식품 물가는 17%, 중위 임금은 14% 오르는 데 그쳤다. 빠르게 늘어난 양육비 부담 속에서, 미국 사회는 출산을 유도하는 단기 현금 지원보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 개선을 더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출산 장려 중심의 복지 인식을 바꾸고 있다. 단기 현금 지원으로는 출산율 반등도, 사회적 공감도 끌어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재정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의 정책 연구와 여론조사 결과는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생애 초기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반의 인적 자본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ChatGPT

수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20세기 복지제도는 시장 실패에 대응해 소득을 보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여 기반 연금, 아동수당, 저소득층 대상 현금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빈곤이 뚜렷했고 경제 성장도 탄탄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사회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술 변화와 인구 고령화에 직면한 사회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위기 이전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복지 성과의 측정 기준도 바꾼다. 몇 명이 현금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교육과 건강, 자립 능력을 갖추게 됐는지가 핵심이 된다.

재정 여건 또한 더는 과거처럼 여유롭지 않다. 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회원국의 공공사회지출은 GDP의 21.4%에 달했다. 프랑스, 핀란드, 오스트리아는 30%를 넘어섰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2019년 이후 회원국 3분의 2가 채무 이자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정부 재정이 이미 과중한 상태이며, 새로운 복지 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결국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 투자'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보육, 교육, 육아휴직은 더 이상 부차적인 지원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여겨진다. 생애 초기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연구 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예산이 제약되는 상황일수록 정책 선택의 기준은 투자 대비 효과가 되어야 한다.

정책 선호 변화

2025년 4월 유고브(YouGov)와 야후 뉴스(Yahoo News)가 실시한 미국 내 조사에서, 출산 보너스(5,000달러·약 680만원)를 지지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반면 영아 대상 환급형 세액공제와 6개월 유급 육아휴직은 각각 62%의 지지를 받았고, 공공 유아교육 확대는 79%로 가장 높았다. 유럽도 흐름은 비슷하다. 2024년 가을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조사에서는 ‘현금 가족수당 확대’보다 ‘교육과 역량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청년층의 인식 변화가 두드러진다. 2023년 유로파운드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의 60%는 주거, 보육, 경력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출산을 미룰 것이라 답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소득, 정치 성향,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비슷한 선호가 나타났다. 출산을 유도하기보다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미국과 유럽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위한 추가 납세 의향(단위: %)
주: 응답 비율(X축), 보건 서비스, 노후 연금,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 장애 지원, 가족 지원, 주거 지원, 교육 서비스 및 지원, 공공 안전, 실업 지원, 소득 지원, 고용 지원, 대중교통(Y축)/2024년(남색), 2022년(노란색), 2020년(자주색), 2018년(청록색)

출산장려금보다 유아교육이 낫다

아이 키우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모, 교사, 고용주 모두 교육 성과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2023년 기준, 저소득국가에서 10세 아동 10명 중 7명이 기본적인 글을 읽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쌓아온 교육 성과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의미다. OECD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면, 읽기 기초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오히려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아교육은 가장 효과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유니세프가 2023년 발칸 지역 여러 국가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유아교육에 투입한 예산은 이후 더 많은 세금 수입과 줄어든 보충학습 비용으로 평균 6.7배의 재정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는 지금 이뤄지지만, 효과는 다음 세대 세입 증가로 돌아오는 구조다.

반면, 현금 중심 출산 장려책은 비용만 많이 들고 효과는 미미하다. 이탈리아가 2021년 시행한 ‘신생아 수당(Assegno per i Nuovi Nati)’은 12개월 동안 960유로(약 138만원)를 지급했지만, 출산율은 여성 1인당 0.03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출산 시기만 6주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한 명의 추가 출산을 유도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7만 유로(약 1억400만원)로, 이는 OECD 평균 유아교육 1년 치 예산보다 더 많았다. 이 정책의 재정 수익률은 0.6%에 불과했다. 효과는 약하고 비용은 큰 현금 지원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일단 도입하면 정치적으로 철회하기 어려워, 저효율 지출이 오랫동안 구조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아교육은 재정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

인구 4,500만명의 국가에서 3~4세 아동이 250만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OECD 평균 비용 기준으로 모든 아동에게 유아교육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연간 223억 유로(약 33조원)다. 이는 GDP의 0.31% 수준으로, 스페인이 2024년 출산 보너스에 지출한 예산과 거의 같다. 단순히 예산 항목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보편적 유아교육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유아교육 참여율이 최대 95%까지 높아지고 인건비가 물가와 함께 오르는 경우를 가정해도 총비용은 GDP의 0.35%를 넘지 않는다. 이는 유럽 주요국들이 주택 담보 대출 세금 감면에 쓰는 예산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비용 대비 효과도 빠르다. 여성 고용 확대와 교육을 받은 아동의 장기 임금 상승효과를 반영하면 정책 시행 7년 차부터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고, 10년 안에는 순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유아교육은 고용률을 높이고 납세 기반을 확장하는 효과가 커, 단기 지출을 장기 재정 여력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투자로 평가된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유아교육은 유리하다. OECD에 따르면 교육과 같은 현물 지원은 현금 수당보다 생애 전반의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단기 수당보다 장기 역량에 투자하는 방식이 사회 전체의 소득 분포를 더 평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2024년 지침에서 단기 부채 비율보다 장기 재정 수익을 반영한 ‘성장 조정 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유아교육 확대는 GDP를 장기적으로 0.12%만 끌어올려도 지속 가능한 투자로 평가된다.

반론과 대응

유아교육이 고소득층에만 유리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고소득층은 비용과 무관하게 이미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공공 재정 투입이 늘어날수록 혜택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미국 보스턴시 유아교육 실험에서도 교육 효과는 주로 소득 하위 20% 아동에게 집중됐다. 또한 유아교육이 고정 지출이 된다는 재정 우려도 있지만, 이는 출산 보너스 등 일회성 현금 정책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유아교육은 세수 기반 확대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IMF도 단기 지출보다 장기 수익을 반영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산의 지속 가능성을 따질 때, 단기 수치만을 기준 삼는 방식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일부에서는 공공 보육이 전업 양육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문화적 반감을 제기한다. 하지만 유아교육은 특정 양육 방식을 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상황에 맞는 돌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넓혀주는 구조다. 캐나다 퀘벡에서는 보육 인프라가 확대된 이후, 육아휴직 이용률이 증가했다. 부담 없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 선택권과 아동 투자는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

성과 중심 설계로 정책 효과 높여야

유아교육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은 성과 기반 재정 배분이다. 브라질은 주 정부 간 교육 예산을 배분할 때 학생들의 학업 향상도를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ICMS-교육’ 공식에 따라 주 정부가 거둔 부가가치세의 18%를 성취도 개선 정도에 따라 차등 분배하면서, 2년 만에 지역 간 교육격차가 5%포인트 줄었다. 이 방식은 결과가 아닌 개선 폭을 지표로 삼기 때문에, 성과가 낮은 지역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형성된다. 핵심은 중앙정부가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고, 결과를 공정하게 측정해 국민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은 민간과 협력하면 속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베트남은 2023년 세계은행과 협력해 민간사업자에게 30년간 토지사용권과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유아교육 시설을 확충했다. 이 모델은 좌석당 건설비를 40% 이상 줄였고, 엄격한 인증 기준을 통해 교실 품질도 함께 개선됐다. 중저소득국가일수록 초기 자본이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공공 재정과 민간 자본을 결합한 방식은 확장성이 크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니터링 체계도 핵심이다. 페루는 외곽 지역 유치원 교사의 출근 여부를 암호화된 모바일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교사 결근율을 3분의 1 이상 줄였다. 연간 수업 시간은 약 670만 시간가량 늘었고, 단일 시스템만으로 전국 단위 성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방식은 고비용 장비나 폐쇄형 시스템 없이도, 시민 참여 기반의 공개형 대시보드를 통해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책의 전환점

여론은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수 시민이 유아교육 확대와 양육 지원을 선택하고 있다. 생애 초기 교육은 정책 효과가 수치로 입증됐고, 예산 제약 속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핵심은 방향이다. 단기 현금 지급이 아닌, 아이가 자라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 기술, 여론은 준비돼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정치의 선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yond Safety Nets: Recasting Social Protection as a Catalyst for Educational Equit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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