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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흔드는 트럼프 “쿡 이사 해임”,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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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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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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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고발 2주 만에 해임 통보
반대파 제거로 정치적 개입 노골화
국제 금융 질서 불안 요인으로 확대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지난 6일(현지시각)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린 '미국과 세계 경제에 관한 패널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방준비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반대해 온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정책 반대파를 직접 제거한 사례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즉시 시장 참여자들의 거센 비난을 샀고,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 역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짙은 우려를 표했다.

“신중한 검토 끝 해임 결정”

25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쿡 이사의 해임을 통보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해당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 제2조와 1913년 연방준비법에 따라 연준 이사직에서 즉시 효력으로 쿡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연준) 이사회 위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신중한 검토 끝에 쿡 이사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직업적 윤리 기준을 준수하지 못했으며, 개인 재정적 이익을 위해 직위를 남용한 혐의로 형사 고발된 사실에 근거해 해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 운영에서 청렴성과 신뢰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쿡 이사의 행위는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빌 펄트 연방주택금융청장이 쿡 이사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법무부에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 펄트 청장은 쿡 이사가 2021년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 있는 주택을 모두 자신의 주 거주지로 신고해 대출을 유리한 조건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과정에서 은행 서류와 부동산 기록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 법무부는 쿡 이사의 사기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장은 이번 결정으로 연준 이사회 내 금리인하파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연준 이사인 쿡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로 연준 내 대표적인 금리인하 반대파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만큼 이번 조치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에게 매우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화폐 가치 하락·물가 급등 우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 정부의 말로는 대부분 비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튀르키예는 대통령이 나서서 중앙은행을 길들였다가 처참한 경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2020년 튀르키예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10.25%에서 19%로 끌어올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1년 3월 나치 아그발 튀르키예은행 총재를 경질했다. ‘고금리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게 에르도안 대통령의 신념이다.

아그발 총재의 해임은 임명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뤄졌고, 이 때문에 튀르키예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결과 아그발 총재 해임 당일 리라화는 무려 17% 폭락했다. 그해 말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1년 전보다 36.08% 뛰었으며, 이스탄불 주택 월 임대료는 이 기간 1,500리라(약 13만원)에서 2,500리라(약 22만원)로 올랐다. 튀르키예는 2023년부터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높였지만, 물가 안정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 6월 기준 튀르키예 CPI 상승률은 35.1%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도 중앙은행 총재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다 해고를 당한 전례가 있다. 2010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외채상환기금을 하겠다면서 중앙은행 보유 외환 중 일부를 정부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했다. 하지만 마르틴 레드라도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달러 보유액을 임의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해임됐다.

그해 아르헨티나 정부 산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가 집계한 물가상승률은 10.9%였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지만, 이마저도 통계를 조작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민간 연구기관이 제시한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최대 27%에 달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당 경제연구소에 산정 과정과 증명을 요구했고, 벌금을 부과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위험한 선례 남기나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의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할 경우, 유럽과 일본 등 여타 중앙은행에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로이터통신이 와이오밍주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인터뷰한 데 의하면, 이들 총재는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인플레이션 대처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경제 안정에도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총재는 “만약 연준이 정치권의 압박에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생명선인 미국채의 지위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채에 더 높은 프리미엄(=채권 가격 하락)을 요구할 가능성을 의미하고, 금융 시장 전반의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여파에 대비해 은행 등 대출 기관에 미국 달러에 대한 노출에 주의하라는 권고 또한 나왔다는 전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금리 결정 과정에 개입하면, 해당 국가의 경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일갈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시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때 나타나는 혼란을 직접 목격했다는 라가르드 총재는 “정치적 간섭이 반복되면 금융 시스템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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