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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청구서' 받아든 동남아, 사실상 중국 압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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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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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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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미얀마 40% 관세 직격탄
베트남 환적 상품에 40% 관세도
트럼프, 中 우회 수출 겨냥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14개국에 최대 40%의 상호적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하면서, 중국 제조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율 관세를 피해 동남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을 선적해 온 중국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괴적이고 불안정한 관세 정책 속 막대한 손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남아에만 유독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中 기업들, 동남아 재수출 전략 '좌초' 위기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일부 업체들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겪을 수 있는 막대한 손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에 본사를 둔 조명 제품 수출업체 황융싱(Huang Yongxing)은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기조 변화로 인해 캄보디아에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거듭 수정해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객들은 동남아 어딘가에 공장을 세우라고 압박하지만, 이는 중국 공장을 계속 운영하면서 새로운 공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중 지출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광둥성(廣東省)의 또 다른 조명 수출업체 레비 탄(Levi Tan)은 "무엇을 선택하든 우려가 크다"며 "이미 동남아에 공장을 지은 기업 경영진은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수출업계의 글로벌 진출 추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략적 유연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공급망 전문가 류카이밍(劉開明)은 "안정적인 기대치가 없다면 모든 투자는 도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캄보디아는 현재 의류 산업에서 비교적 완전한 산업 체인만 가지고 있고, 라오스와 미얀마에는 흩어져 있는 공장만 있다"며 "일단 고관세 목록에 포함되면, 라오스와 미얀마에서의 재수출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그곳에 투자한 중국 공장들은 분명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우회 수출’ 급증하자 환적 관세 40% 투척

중국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 관세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최고 40%에 이르는 관세 폭탄 예고했다. 관세 서한에 따르면 전체적인 관세율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보다 대체적으로 낮아졌지만 동남아 국가들만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일례로 라오스와 미얀마는 이번에 가장 높은 관세인 40%를 부과받았다. 이들은 지난번 상호관세였던 각각 48%, 44%에 비해 관세율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캄보디아(49%→36%), 방글라데시(37%→37%), 태국(36%→36%), 인도네시아(32%→32%) 등도 모두 관세가 종전에 비해 하락 및 유지됐지만 다른 아시아 및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말레이시아는 오히려 종전보다 1%포인트 오른 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동남아 6개국(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평균 관세율은 4월 통보된 38.83%에서 다소 하락한 34.83%로 조정됐으나 여전히 3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남아 이외 국가들의 평균 관세율(28.75%)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상호관세에 이어 이번에도 동남아 주요 국가들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은 동남아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말레이시아에는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표 ‘친중국’ 국가인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관세율을 적용한 배경엔 중국의 우회수출 경로 차단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은 말레이시아를 관세로 위협해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약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동남아·인도·중동 등을 경유한 우회 수출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중국 해관총서 데이터를 보면 올해 5월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은 4.8% 증가했다. 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국가로의 수출이 15%,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12% 각각 늘어난 영향이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끝낸 베트남에 40%의 환적 관세가 부과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베트남에서 환적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을 해 왔는데, 그 루트를 차단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란 평가다.

中과 접촉 늘리는 브라질에도 50% 관세 폭탄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중국과 접촉을 확대하고 있는 브라질에도 50%의 관세 폭탄을 투척했다. 당초 부과된 상호관세율인 10%보다 40%포인트나 상향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올린 대부분의 국가에 무역적자를 이유로 들었으나 브라질은 미국의 주요 무역흑자국이다. 표면상으론 무역 불균형이 명분이지만, 중국산 부품·자재의 브라질 경유를 차단하려는 복합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회원국인 중국과 브라질은 수년 전부터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을 농산물·광물·철강·인프라 등 핵심 중간재의 안정 공급처로 삼아왔다. 특히 철도·항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는 중국이 남미에서 새로운 물류 루트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를 동남아를 대체할 ‘제2 우회로’ 구축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폭탄 관세 선포에 브라질은 즉각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9일 X(옛 트위터)에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실 국제관계 특별보좌관도 미국이 브라질로부터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추가 관세에 대해 “제 발에 총 쏘기”라며 날 선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50%의 관세가 브라질 경제에 미칠 파장 역시 만만치 않다. 브라질로서는 미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브라질은 석유와 커피·철강 등 400억 달러(약 55조원)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이에 브라질은 중국과의 밀착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9일 브라질 철도공단은 중국 철도경제계획연구소와 브라질·페루 철도망 구축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브라질을 횡단해 페루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핵심은 브라질과 페루에 위치한 창카이항을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창카이항은 중국 자본을 투입해 남미에 들어선 첫 항만 시설로, 전체 사업비가 35억 달러(약 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중국군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BRICS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BRICS 회원국 사이에서 탈(脫)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반미 행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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